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아라[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2. 6. 2. 03: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GDP(국내총생산) 2000조원 시대인 지금도 정부가 언제든 시장가격에 개입한다면? 국내는 고사하고 해외서 먼저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그럼 반대급부로 '뻔히 보이는 손'에 가격을 통제받은 시장이 받아들일 메시지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기업 총수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회장, 구광모 LG그룹회장,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2.5.10/뉴스1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라는게 있다. 정부가 지난주 행정예고 하면서 민간발전사업자들이 난리가 났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민간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살때 도매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원료값이 아무리 올라도 딱 거기까지만 값을 쳐준다는 거다. 한전이 하도 적자를 내니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대책이겠지만, 한 에너지기업 임원은 "지금이 2022년이 맞느냐"고 했다.

수십년 전엔 소줏값, 라면값에 심지어 1톤트럭 가격까지 정부가 정해줬었다. 경제 쾌속 성장엔 필연적으로 초인플레이션이 따라붙으니까,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입해야 했을거다. 그런데 GDP(국내총생산) 2000조원 시대인 지금도 정부가 언제든 시장가격에 개입한다면? 국내는 고사하고 해외서 먼저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정부의 모든 결정은 두가지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물질적 결과물이 첫째고, 정책대상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둘째다. SMP상한제로 얻게되는 물질적 결과물은? 한전이 올해 적자의 약 200~250분의 1을 메우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럼 반대급부로 '뻔히 보이는 손'에 가격을 통제받은 시장이 받아들일 메시지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만 2주를 전후해 기업들이 갑자기 투자계획을 쏟아냈다. 더해보면 총액이 1000조원이 넘는다. '용산'에선 사인을 준 적이 없다고 한다. 기업들에도 문의해보니 투자계획 내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양쪽에서 아니라고 하니 아니라고 봐야겠지만 영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는걸 다들 안다.

어지간히 급했는지 A그룹은 무려 250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며 설명자료로 달랑 A4 1장을 내놨다. 다른 기업들도 조금씩 길고 짧고의 차이는 있지만 설명의 밀도가 비슷하다. 당연하다. 당장 연말도 전망이 어려운데 5년 후까지 어떻게 내다보고 설명할까. 앞다퉈 남들 못잖은 금액을 얼기설기 엮어내게 만든 힘 앞에 SMP상한제 정도는 애들 장난처럼 보인다.

돌아보면 정부가 돌보아 성장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젠 다르다. 이전 정부들이 온통 매달렸던 리쇼어링(해외투자 국내유턴 유도)은 지금은 자동으로 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작은 부품 하나만 수입이 안 돼도 난리가 나는걸 시장이 경험해서다. R&D(연구개발)와 첨단소재개발의 중심이 국내가 돼야 한다는 점도 상식이 됐다. 우리 기업과 경제의 수준이 높아지고 첨단화되면서 사방에서 시비를 걸고 훔쳐가려는 경쟁자들이 많아져서다. 시장은 변화하고 우리 기업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며 성장한다. 정부도 그만큼 기업의 판단을 더 존중해주고, 불법을 걸러내며 불필요한 규제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돕는 정도로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한 기업 CEO가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를 소개했다.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 전하라." 드라마에선 이복동생을 챙기지 않은 고려왕의 변명이었다는데, 기업 현장에 대입하면 탁월한 정책이겠다. 시장을 돌보지 않음으로써 돌보는 경제 행정의 경지 말이다.

[관련기사]☞ '제니와 결별설' 지드래곤, 머리카락 한 움큼 '싹둑'…무슨 의미?"저 옷이 명품이 아니었다고?" 구혜선 입은 원피스 가격에 시끌시끌"코코" 채리나, 이상민 전 부인 언급하자…이상민 '멘탈 붕괴'"집에 오니 더 예뻐♥" 송혜교, 꽃다발 선물 인증샷…누가 줬을까?손석구 반전 '부캐'…매출 약 26억원 중소기업 대표이사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