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北 주민 '인권'을 대북 정책 제1원칙으로 삼아야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2022. 6.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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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대치 70년간 대한민국은 대북(對北) 정책에서 철저히 실패했음을 인정할 때가 왔다. 김씨 왕조의 3대 세습, 핵과 미사일 개발, 인권 유린을 눈 뜨고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핵심은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북 주민이 원하는 것은 인권과 자유인데 이를 찾아주지 못하고 지금 남은 것은 가짜 평화와 굴종밖에 없다. 서독의 통일정책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서독 정부의 통일 정책 핵심은 ‘인권’이었다. 잘츠기터의 ‘인권침해기록’부터 동독과의 모든 거래와 교류에는 동독 주민의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일 순방에서 보여준 여러 모습 가운데 가장 감명적인 것은 일본에서 납북자 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첫 번째 의무는 자국민 보호(인권)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대북정책 1순위는 납치자 문제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왔을 때 먼저 만나야 할 대상은 현재 평양 감옥에 갇혀 있는 6명의 한국인 가족이 되었어야 했다. 여기에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 정치범 생존자들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인권을 논하는 모습이야말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면이다.

자국민도 챙기지 않는데 저 북한 땅의 주민은 누가 챙기나. 이제 우리는 북한 수용소 골짜기에서 죽어가는 수십만의 정치범과 그 가족의 운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소위 진보정권은 북한 인권을 아예 말살했고, 보수정권은 그냥 말로만 북한 인권을 떠들었을 뿐이다. 핵과 미사일도 따지고 보면 인권 유린의 ‘산물’이다. 북 정권은 핵실험장에 동원된 수만의 정치범과 주민들을 굶겨 죽인 대가로 엄청난 숫자의 미사일을 생산해 냈다. 그래서 김씨 왕조가 핵과 미사일에 광분할수록 우리는 ‘인권’으로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시행한 ‘반동문화배격법’과 ‘탈북자처벌법’은 우리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첫째, 북한 동포들을 정신적 노예로 전락시킨 언론통제와 여론조작으로부터 북 주민을 해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백신 지원을 왜 김정은이 거부하는지 북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대대적인 ‘심리전’은 인권개선의 첫 걸음이다. 굶어 죽고 맞아 죽어도 누구 책임인지 모르고 저항하지 못하는 비극은 바로 ‘정보통제’와 ‘세뇌’ 때문이다.

둘째, 경제 압박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주민의 이익을 지켜내는 압박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이 해외 근로자로 파견 가는 것을 막을 게 아니라 더 확대하고 해당 국가로부터 그들의 기본권이 지켜지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실패는 핵과 미사일 때문이 아니라 노예노동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직접 월급을 주게 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가 보장되며, 현금이 주민 경제에 쓰여지면 제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셋째, 앞으로 대북 교류의 모든 조건을 인권에 맞춰야 한다. 우선 평양 감옥의 우리 국민을 구하고,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며,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모든 교류의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 통일부도 북한 인권부로 바꾸고, 가장 중요한 업무를 북한 인권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권 개선은 진정한 남북협력의 첫 번째 관문이자 핵과 미사일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궁극적인 목표인 통일도 인권 개선이 우선돼야 그 희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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