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에 빠진 지구촌

임은정 기자 2022. 6.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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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인은 이 둘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전에도 물가 상승 이야기는 많았고,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투정 섞인 말들도 심심찮게 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수십년 내 최악으로 꼽힌다. 지난 4월 국내 물가상승률은 4.7%로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장 물가가 어느 정도 올랐는지 보면 정부의 유가보조금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경유값 모두 전국 평균가가 ℓ당 2000원을 넘어섰고, 만만한 먹거리인 삼겹살(국내산)도 100g당 3000원 이상이다. 밀가루 식용유 커피 과자 등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고, 철근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전국 건설 현장 곳곳이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부산경남 레미콘업체들이 파업에 돌입해 13일간 공사현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미국은 훨씬 심각하다. 4월 인플레이션율이 8.3%로 4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주요 원인은 코로나19와 전쟁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침체한 경기부양을 위해 전세계에서 막대한 현금을 살포했고, 가장 많은 돈을 뿌린 미국의 소비수요는 독보적이었다. 2020년 3월 코로나사태를 맞은 미국은 같은 해 4월 2조2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써 4인 가구당 약 5000달러씩 받았다. 그 해 10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9000억 달러를 추가로 더 풀었고, 지난해 3월 바이든 정부는 다시 1조9000억 달러를 지급하는 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썼다. 이로써 미국 사회는 금리가 0%인 상태에서 양적완화로 장기채 시장에 돈 공급이 늘어났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진 국민의 소비는 폭발적이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안정을 찾게 되지만, 둘 사이 시간차가 발생하면서 일시적 물가상승이 일어났다. ‘일시적’은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을 바라본 시각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돌발변수가 생긴다. 코로나로 인해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해지면서 식량 위기의 악재가 터졌다. 유럽의 빵공장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수출 세계 3위, 밀 수출 세계 4위이며, 러시아는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이다. 
안보와 직결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계 물가는 더 불안해지고 세계 경제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빠져 들었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을 ‘사람들의 강한 소비 수요와 불안한 공급, 그걸 지켜본 연준의 3박자가 빚어낸 결과’로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 언론들은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협을 너무 늦게 판단했다’고 질책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급증, 공급망 문제, 러시아 전쟁, 소비지출 패턴 변화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 위기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올 3월에서야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올해 총 일곱 차례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한발 늦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가상승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같이 내려앉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제품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출범한 새 정부는 ‘고물가 해결’이라는 당면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는 소비침체와 투자 위축 등 경기침체로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기준금리를 5차례 올렸다. 한은이 ‘성장보다는 물가’에 방점을 찍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말께 2.50%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 전쟁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물가 하락까지 시간이 지체된다면 경기부양책 한계 등으로 고통의 날도 길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임은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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