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K팝 글로벌 인기, 뜨거울수록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2022. 6.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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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숨 참고 love dive!” 지난달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장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 낯선 한국어 함성이 울려 퍼졌다. 4만여 유럽인 관중이 K팝 걸그룹 IVE의 인기곡 ‘LOVE DIVE’의 한 구절을 다 같이 ‘떼창’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처음 열린 K팝 페스티벌인 ‘KPOP.FLEX’의 한 장면이었다. IVE 이외에도 (여자)아이들, 마마무, NCT 드림, 카이 등 인기 가수가 나올 때마다 공연장은 팬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프랑크푸르트를 사로잡은 K팝의 이런 인기는 역설적으로 K팝 산업의 위기였던 코로나 팬데믹의 산물이다. 대면 생활의 위축과 비대면 문화의 팽창은 인터넷으로 전파되는 한국 대중문화에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주었다. 2019년 886억원이었던 음반 수출액은 2021년에 2624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프랑크푸르트의 열기는 팬데믹 기간 온라인에서 누적되던 인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종류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자신들이 빠져든 가수의 공연을 콘서트장에서 실제로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이제는 글로벌 인기를 통해 한국에서 입지를 높이려는 전략이 새로운 ‘상식’으로 통하게 된 시대다. 자연스레 다양한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투어로 글로벌 인기 확보를 노릴 것이고, 이런 경쟁 자체가 전체 K팝 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K팝의 글로벌 파죽지세에는 반작용도 존재한다. 지난달 13일과 14일 무렵 터키 일부 언론이 K팝 보이그룹 미래소년의 앙카라 콘서트가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대개가 동성애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로 ‘부도덕한’ 공연을 막을 수 있었다고 기뻐하는 논조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공연이 취소된 적은 없었다. 공연 일정이 다시 공지되면서 소문은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은 터키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이 K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해프닝이었다. 터키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은 K팝이 이슬람 도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K팝을 규제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오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퇴폐’ 서양 문화나 ‘선정적’ 일본 문화를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시됐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인 일이다.

K팝의 인기가 커질수록 이 새로운 문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주로 사회문화적 보수주의가 강한 권위주의 국가들, 터키·이란·중국 등지에서는 신세대가 K팝이라는 ‘잘못된’ 문화를 받아들여 전통의 가치와 도덕을 버린다는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머지않아 서구 사회에서도 K팝의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논의를 자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수록 K팝은 그 사회의 신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만 말이다.

글로벌 현상이 되어버린 이상, 좋든 싫든 K팝은 어느 정도는 한국인의 손을 떠났다. 세계인들은 자신 사회의 맥락에 맞춰 K팝을 소비하거나 그에 대한 반대를 조직할 것이다. 그 영향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로나가 마무리돼가며 그 어느 때보다 K팝의 글로벌 인기가 폭발할 것 같은 지금이 K팝을 둘러싼 지구적 반발 작용도 같이 만들어내는 시기라는 것이다. K팝에 대한 세계인들의 상이한 반응을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더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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