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31] 한국서 처음 열리는 '국제대중음악학회'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2022. 6. 2.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9년 영국 리버풀(Liverpool)에 간 적 있다. 리버풀대학교에서 열린 국제대중음악학회(IASPM)의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 250여 명의 학자가 모여 대중음악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일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비주류 학문인데도 열정적으로 대중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전 세계에 이토록 많다고 생각하니 동질감과 안도감이 들었다.

알다시피 리버풀은 ‘비틀스(The Beatles)’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시다.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육성이든 음반이든 대중음악이 내내 흘러나왔다. 학술대회가 종료된 어느 날 저녁에는 비틀스 박물관을 둘러보았고, 또 다른 날에는 비틀스가 공연했던 곳으로 유명한 카번 클럽(The Cavern Club)에도 갔다. 그곳에서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채 비틀스의 곡을 연주하는 무명 밴드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영국의 대중음악을 만끽하였다.

1981년 창설해 40년 넘게 이어온 국제 대중음악학회는 격년으로 전 세계를 돌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오는 7월 5일부터 9일까지 대구에서 제21회 학술대회가 열린다. 작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유행으로 연기되어 드디어 올해 막을 올린다. 2009년 영국서 열린 학술대회 참가 당시에 ‘이런 학술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2005년 설립한 한국대중음악학회(KASPM)는 대중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인 국내 최초의 학술 단체이면서 국제대중음악학회의 한국 지부도 겸한다. 학회 관련 인사들이 열심히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는 언제 다시 이 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릴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국제대중음악학회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류 바람을 타고 K팝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외국에서도 나타나면서 꿈이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약 270개의 발표가 이루어질 이번 학술대회는 ‘대중음악의 환경’을 대주제로 삼아 기후와 인간, 음악과 문화산업의 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K팝은 국내 학자뿐 아니라 해외 학자에게도 중요한 발표 주제다. 최근의 인기를 반영해 국악 관련 발표도 예정되어 있다. 기조연설은 스위스의 브리타 스베르스(Britta Sweers), 1970년대 포크 가수로 활동하다 현재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찬응, 일본의 요시타카 모리 등이 맡았다. 대구가 고향인 음악가 이정선은 기조연설에 이어 공연도 할 예정이다. 세계 유명 석학과 음악인이 함께할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문화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