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어두운 면 매일 목격하지만 인간의 선함 믿어"

김재희 기자 2022. 6.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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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반팔에 운동복 반바지, UFC가 적힌 백팩.

다부진 체격에 언뜻 보면 운동선수 같은 곽경훈 작가(44)는 11년 차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응급실에서는 긴장된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해 체력이 중요해요. 피곤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귀찮아지거든요." 운동에 진심인 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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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소크라테스' 곽경훈 작가
11년차 전문의 작가가 본 응급실
'갑질' 국회의원-수혈 거부 환자도
"인간 욕망-약점 모두 드러나는 곳"
지난달 27일 서울 청계천에 선 곽경훈 응급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 지난해 출판사들과 책 4권을 계약했다. 그는 “응급실에서의 경험담을 다룬 에세이를 주로 썼지만 최근에는 다크 판타지 소설도 쓰고 있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정색 반팔에 운동복 반바지, UFC가 적힌 백팩. 다부진 체격에 언뜻 보면 운동선수 같은 곽경훈 작가(44)는 11년 차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늘 새벽까지 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와서 옷을 못 갈아입었다”며 웃었다. 달리기 5km, 로잉머신 1만 km, 주짓수 중 하나를 매일 1시간씩 해 운동복 차림일 때가 많다고 했다.

“응급실에서는 긴장된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해 체력이 중요해요. 피곤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귀찮아지거든요.”

운동에 진심인 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8일 펴내는 ‘응급실의 소크라테스’(포르체)는 그의 여섯 번째 책. 그가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을 통해 느낀 점을 담았다.

“응급실은 사회의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모든 사람이 옵니다. 인간의 욕망과 약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곳이죠. 응급실에서 본 인간 군상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책에는 “피곤해서 쉬러 왔다”며 병상을 요구하며 갑질하는 국회의원부터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 가족까지 각종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가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환자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의료보험이 없어 당뇨병 치료 시기를 놓친 탓에 중증질환으로 악화한 불법 체류자나,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담관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돈이 없어 자식을 퇴원시키기로 한 아버지도 있었다.

“몇 년 전 한 트랜스젠더가 도착 시 사망(DOA)으로 실려 왔어요. 혼자 집에서 쓰러졌는데 그날 일하던 바에 출근하지 않아 동료가 와서 발견한 거죠. 연락이 닿는 가족이 없어 동료 혼자 응급실에서 서럽게 울더군요. ‘평생 차별받다 죽을 때도 혼자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가난에 무뎌진 사람들, 학대받는 아이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매일 목격하지만 그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고 했다.

“‘불법체류자니까, 성소수자니까 어떨 것이다’라는 식의 선입견이 깨졌어요. 교육 수준, 빈부, 국적을 떠나 진심을 갖고 선의로 다가가면 상대방도 선의로 대해 주더라고요.”

어릴 때 소설가를 꿈꿨지만 의사가 된 그는 응급의로 마주하는 예측 불가능성과 현장성을 사랑하기에 작가와 의사, 두 길을 모두 걸어갈 거라고 했다.

“생텍쥐페리는 성공한 작가가 된 후에도 여권 직업란에 늘 조종사라고 쓸 만큼 비행을 사랑했어요. 저도 ‘해리포터’ 같은 책을 써서 억만장자가 되더라도 응급의학과 의사를 계속 할 겁니다. 하하.”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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