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품위 있는 죽음

원재연 2022. 6. 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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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죽음의 질 지수'는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 회원국 중 18위에 불과하다.

현행법과 달리 '임종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고, 약물 투여를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다.

'품위 있는 죽음'의 법제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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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너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가 행렬 뒤에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개선장군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므로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고 경계하기 위한 풍습이었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바쁜 일상에 쫒겨 이 불편한 진실을 잊거나 두려워 외면할 뿐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죽음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첫째가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란 응답이 나왔다고 한다. 둘째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죽는 것, 셋째는 충분히 정리된 상태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란 대답이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죽음의 질 지수’는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 회원국 중 18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 2월부터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합법화됐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직접 투입하는 안락사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투약하는 의사조력자살(조력존엄사)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76.3%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5년 전 조사 때보다 찬성 비율이 1.5배가량 높아졌으니 상당한 인식 변화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존엄사법)을 조만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현행법과 달리 ‘임종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고, 약물 투여를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다.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는 게 중요해진 시대다. ‘품위 있는 죽음’의 법제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 하지만 제도의 악용·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부작용을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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