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北을 '적'이라 부른다고 軍 기강이 설까
'참수작전계획' 북한에 팔기도
실전훈련, 국가 보위하는 사명
정치가 군 흔드는 일도 없어야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 국방부가 지난달 초 윤석열정부 국정과제를 반영해 군 정신전력 교재에 담은 표현이다. 군 정신전력 교재에 북한군과 북한 정권을 적으로 처음 명시한 것은 이명박정부였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북한은 현실적인 군사적 위협의 대상’이라며 표현 수위를 완화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그날, 정부는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대장 7명을 교체했다. 통상 10월에 하는 군 장성 인사를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뚝딱 해치운 것이다. 특히 합참의장을 포함해 육군 대장급 인사 5명 가운데 2작전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장 보직을 모두 육사 출신으로 채웠다. ‘적폐’로 불린 육사 부활의 신호탄에다 문재인정부 흔적 지우기로 해석됐다.
지난 5년간 우리 군대는 수많은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군인정신은 해이해지고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얼마 전에는 도박에 중독된 현역 장교가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계획’을 북한 공작원에게 팔아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드러났다.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와 연기를 반복했다. 우리 군 자체 실기동훈련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군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무엇보다 군 수뇌부의 잘못이 크다. 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마땅히 해야 할 훈련까지 등한시한 게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있고 나서 한 달여가 흐른 2010년 5월 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은 통렬하게 반성했다. 미숙했던 천안함 초기 대응을 거울삼아 일사불란하게 가동되는 위기관리체계를 갖추고, 침투 및 국지도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군사력 강화 방향을 재조정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군 수뇌부의 ‘항재전장’(恒在戰場: 항상 전쟁터를 상상하라) 의식이 이완됐다는 자성도 터져 나왔다. ‘항재전장 사고와 선승구전(先勝求戰: 싸우기 전 이길 방책을 세우라)의 실천’은 군인에게는 최고의 금언(金言)이다. 지휘관 옆에서 부하들이 귀가 따갑게 듣던 얘기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선 종전선언을 앞세운 ‘평화 타령’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잦아들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신임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언제든지 싸우면 이길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라”고 훈시했다. 이런 정신무장은 북한을 ‘적’이라고,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고쳐 표현한다고 해서 생겨날 리 없다. 비육사를 육사 출신으로 돌려 막는다고 채워질 리 만무하다. 보여주기식 무력시위로도 한계가 있다. 과거에도 강군 건설의 구호만 외쳤던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생각을 실천하는 방법에는 그 어떤 것도 훈련을 앞설 수 없다. 실전훈련은 국가를 보위하는 군의 사명이다. 마땅히 정치가 군을 흔드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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