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두 여성 불자가 던진 메시지

이강은 2022. 6. 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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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게 한국 불교가 사는 길입니다. 불자(신도)들도 일상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엉터리로 살면서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 절에 오라고 해도 안 올 것입니다."

두 여성 불자는 불교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지역에 처음 들어선 한국 전통 사찰 '분황사' 건립 자금 50억원을 대 주목받았다.

이 점이 안타까워 조계종의 '분황사' 건립에 힘을 보탰다는 두 보살은 오래전부터 지구촌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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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삶.. 종교도 나라도 사는 길

“부처님 가르침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게 한국 불교가 사는 길입니다. 불자(신도)들도 일상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엉터리로 살면서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 절에 오라고 해도 안 올 것입니다.”

얼마 전 만난 독실한 불교 신자 설매(76)·연취(70) 보살은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 불교가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놓으면서다. 두 여성 불자는 불교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지역에 처음 들어선 한국 전통 사찰 ‘분황사’ 건립 자금 50억원을 대 주목받았다. 부다가야는 2500여년 전 부처가 진리를 깨달은 곳으로, 많은 나라가 자국 사찰을 세운 것과 달리 한국 사찰은 없었다. 이 점이 안타까워 조계종의 ‘분황사’ 건립에 힘을 보탰다는 두 보살은 오래전부터 지구촌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평소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네팔, 몽고, 케냐 등의 하층민이 사는 지역에 학교와 도서관, 유치원, 여학생 기숙사 등을 지어주었다. 현지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더 이상 천대받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란다. 거듭 “불교가 거창한 게 아니다. 참선하면서 느낀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며 웃는 설매·연취 보살 얼굴에 하얀 연꽃이 피었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가만 보면 두 보살의 당부는 꼭 승려와 불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예수를 믿는 기자도 대화 내내 뜨끔했다. 불교와 함께 국내 ‘3대 종교’인 기독교와 천주교는 물론 여러 종교 성직자와 신도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였다. ‘건강한’ 종교라면 공통적으로 신실한 믿음 아래 삶 속에서 사랑과 긍휼, 평화, 화합, 인내, 배려, 겸손을 실천하도록 가르친다. 여기에 증오와 차별, 오만, 독선, 재물·권력 집착 같은 부정적 태도가 낄 자리는 없다. 그런데 각자 믿는 대상을 닮아가는 삶을 살려고 애쓰는 종교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3대 종교 신자만 다 합쳐도 2119만명(2015년 통계청 집계, 기독교 968만명·불교 762만명·천주교 389만명)에 달한다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완벽하진 않아도 일상에서 종교 가르침에 따라 살았다면 이렇게까지 각박한 세상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상가 임차료와 주택 전월세가 폭등해 많은 상인과 서민 세입자가 아우성일 때 종교인 건물주와 집주인만이라도 그들의 신음을 덜어줬다면 어땠을까. ‘역시 신앙인이라 다르긴 다르네’란 반응과 함께 해당 종교에 대해 좋은 인식을 주변에 심어줬을 거다. 물론 그렇게 신앙생활을 잘하며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종교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형편없는 종교인도 적지 않다. 부귀에 눈이 멀어 자기가 믿는 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식이다.

정치권만 봐도 그렇다.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종교계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종교가 있고 신앙심 깊은 사람도 많다. 선거철이면 다른 종교 기관까지 찾아다니며 예를 표한다. 그런 사람들이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허구한 날 아귀다툼과 권력 놀음에 빠지기 일쑤다. 그래서 ‘내로남불’ 행태에 거리낌이 없고 당리당략에 따라 쓸개와 염치도 쉽게 내다버린다. 이들만이라도 기도한 대로 정치했다면 우리 정치판은 일찍이 삼류를 벗어났을 거다.

이처럼 종교인 상당수가 일상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일부 성직자의 일탈이 끊이지 않으니 청년층을 중심으로 종교를 외면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어찌해야 할까. 간단하다. 종교 가르침 대로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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