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살아남았다..민주, 3연속 '참패' 후폭풍 어쩌나

조문희 기자 2022. 6. 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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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보다 '안정'에 힘 실린 6‧1 지방선거..국힘 '승부처' 싹쓸이 가시권
이재명만 원내 입성 성공했지만 민주당 책임시비 불거질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대선 후반전으로 불렸던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였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국회 입성에는 성공했으나, 전국적으론 호남·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패배하면서 민주당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의 패배는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지난 3·9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까지 3번 연속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잇따른 패배에도 불구하고 쇄신을 시도하지 않고 계파 간 갈등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선 미뤄뒀던 책임 시비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집토끼'만 남은 민주당…이재명도 '불안한 승리'

2일 새벽 1시 현재,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4곳(전북‧광주‧전북‧제주)에서의 승리만 확실시됐다. 4곳은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경기·세종·대전 등 3곳에선 아직까지 초접전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민주당이 이곳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패배는 확실해 보인다. 경합지역에서마저 새벽 1시 현재 국민의힘 후보들이 소폭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2018년 17곳 중 14곳을 싹쓸이하며 대승을 거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당초 민주당 관계자들은 "5~7곳에서 승리하면 선방한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다수 지역에서 자당 후보들이 밀린다는 여론조사를 받아든 데다 예상보다 투표율까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를 느꼈다.

주요 승부처 가운데 안정적으로 승리를 확실시한 곳은 보궐선거를 치른 인천 계양을 한 곳이었다.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재명 위원장은 오후 1시 현재 개표가 62.67%진행된 가운데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약 10%포인트 격차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다만 이 위원장과 윤 후보 간 체급이 다르단 점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불안한 승리'란 평가를 받는다. 승부처로 꼽힌 경기 성남 분당갑에선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큰 폭으로 앞섰다.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졌잘싸'가 패착이었나…민주당 발목 잡은 '검수완박'

이번 선거는 애초에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선거였다. 당연히 정권 견제보다는 정권 안정론에 힘이 실릴 것이란 예측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0.73%포인트로 신승을 거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집토끼 단속에 사활을 걸었으나, 결과적으로 역부족인 셈이 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과 그 사이 한‧미 정상회담 등 빅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도 국민의힘의 완승 가능성을 높였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강행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은 참패를 낳은 대목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겨냥해 '개혁 과제 완수'를 명분으로 '검수완박'을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꼼수 탈당' 등 무리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유권자의 외면을 샀다. 대선 이후에도 팽팽함을 유지했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이 '검수완박' 이후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번 선거 막판에 불거진 여러 악재들이 민주당을 더 불리한 구도로 몰아넣은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으로 과거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성비위가 소환된 데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586용퇴' 주장으로 지도부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은 재보궐과 대선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정신 승리를 했을 뿐"이라며 "당 안팎의 계속되는 지적을 수용하지 못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있었다"고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전국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vs친문vs86 혈투 벌어질 듯…尹은 국정동력 확보

당장 민주당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부터 이어진 3연속 참패에 대한 '책임론'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인물은 이재명 위원장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이 위원장은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의 적절성 시비부터 사실상 '혼자만 살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8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재명계와 친문계, 586 그룹 간 사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민주당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오는 2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이번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침통한 분위기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별다른 언급 없이 굳은 표정으로 개표 상황실을 모두 떠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주요 격전지를 '싹쓸이'하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안정감을 굳히게 됐다. 윤 대통령도 국정 운영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구도를 딛고, 여론의 힘을 얻어 각종 국정과제를 탄력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둘러싼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도 국민의힘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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