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37]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디즈니월드의 상징적 이미지는 ‘매직 킹덤(Magic Kingdom)’이라는 성(城) 모양의 건축물이다. 그리고 입구에서 그 성을 향하는 길은 ‘메인 스트리트’로 명명되어 있다. 월트 디즈니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미주리주 마설린(Marceline) 마을의 길에서 영감을 받아서 조성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어린 시절의 동화 속 작은 마을을 상상해 보자.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을 광장이 보이고, 길거리에는 도서관, 우체국, 상점, 은행, 레스토랑과 예쁜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이런 ‘행복한 마을(happy village)’은 ‘어린이의 꿈’과 함께 디즈니가 추구하는 주요 정서다. 그래서 행복한 마을의 길거리를 디즈니월드 안에 구현해 놓은 것이다.

켄터키 주 바즈타운(Bardstown)의 중심가. 도서관, 우체국, 상점, 은행,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나열되어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메인 스트리트는 중심가(中心街)라는 뜻이지만 미국의 작은 마을들에서는 길 이름 자체로도 많이 사용된다. 보통 작은 독립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지역 상권의 핵심이다. 비슷한 개념의 길이 영국에서는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로 불린다. 그래서 예일대학이 소재한 뉴헤이븐, 마이애미대학이 있는 옥스퍼드와 같이 영국식 지명을 따온 도시의 중심 길은 ‘하이 스트리트’다. 또한 미국에서는 도시의 대규모 금융자본과 시골의 작은 상업을 비교하면서도 월 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라는 단어를 은유적으로 사용한다. 보이지 않는 금융자본시장과 그 대비되는 개념의 실물경제를 뜻하는 것이다.

켄터키 주 조지타운(Georgetown)의 메인스트리트. 작은 마을의 소박한 매력과 전통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위대한 미국의 메인 스트리트(Great American Main Street)’는 작은 마을의 매력과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낙후된 건물과 시설을 복원하고,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이미지로 가로수를 가꾸고, 꽃을 심고, 상점의 외관을 예쁘게 치장하는 운동을 꾸준히 전개한다. 또한 인정제도도 도입해서 잘 보존된 메인 스트리트를 수상하는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큰 도시의 유명한 번화가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방 경제와 지역성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요즈음, 이런 작고 소박한 길을 유지하고 방문객을 초대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뉴욕 주 사라토가 스프링스(Saratoga Springs)의 메인스트리트 인증 표시. ‘위대한 미국의 메인스트리트(Great American Main Street)’ 단체에서는 작은 마을의 매력과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메인스트리트 인정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