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호남 정당' 전락..'영남 동진' 4년만에 붕괴

정진형 2022. 6. 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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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출구조사, 광역 17곳 중 호남·제주만 건져
충청 등 접전지 모두 내줘…경기도 위태
4년 전 PK서 약진했지만…與 도로 싹쓸이
민심, 민주당 철저히 외면…총체적 난국
계양을에 발 묶인 李…'이재명 효과' 무색
민주 혼돈 속으로…野 정계개편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개표 방송을 지켜본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호남과 제주 등 4곳만 건지는 역대급 참패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4년 전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14곳을 석권했던 것과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영남 '동진(東進)' 성과도 빈손으로 끝나며 원상복귀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를 종합한 결과, 2일 현재 민주당은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 제주지사만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텃밭 격인 호남 3곳과 제주만 간신히 확보한 셈이다.

우선 4·7 보궐선거에서 내줬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여유있게 앞서며 국민의힘이 또다시 차지했다.

'중원'인 대전·세종·충남북 등 충청권 4곳도 모조리 빼았길 전망이다. 특히 기대를 걸었던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 등 현직 단체장 출신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큰 격차로 국민의힘 김태흠, 최민호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지역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 성비위 제명 사태 여파가 충청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여파로 풀이된다.

강원지사 역시 '잠룡' 이광재 후보가 김진태 후보에게 큰 격차로 뒤쳐지며 패배가 유력하다.

수도권 민심 이반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지사는 자당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던 인천시장은 현직 단체장이었던 박남춘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에게 10%포인트 가량 밀리며 '이재명 효과'가 무색한 상황이다.

민주당에 무엇보다 뼈아픈 점은 '영남' 교두보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데 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의원을 앞세워 부산·울산·경남(PK) 3곳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싹쓸이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에 따라 부산 친노·친문 정치인들이 십수년간 PK의 강고한 '지역주의' 벽을 두드린 결과였다.

'보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역시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39.75%,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가 34.32%로 40%대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분투하는 등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대구, 경북은 고사하고 부산, 울산, 경남 등 PK마저 국민의힘이 석권하는 혹독한 결과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 10석에서 지난 21대 총선 7석으로 점차 PK 의석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대로는 2년 후 22대 총선에서 남은 PK 의원들의 생환 여부에 적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이처럼 민심이 민주당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라는 환경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주당의 행보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우선 지방선거 사령탑이었던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부터 '투톱'간 충돌로 공식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3일을 허비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면서 터진 공천 갈등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167석 거야(巨野)의 힘을 앞세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헛발질'은 소극적 지지층과 중도층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재명 위원장은 '전국 과반 승리'를 진두지휘하겠다며 대선패배 두달만에 조기복귀했지만 민주당세가 강했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에 고전을 하면서 계양에 발이 묶였다.

이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단 6일만을 인천 외부로 지원유세를 나갔다. 이중 수도권 일원을 제외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참석차 하방했던 22, 23일만 충청과 영남권 지원유세를 했다.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던 8일부터로 보면 12일(충남), 13일(경기), 17일(광주) 사흘만 원정지원을 했다. 민주당에서 접전지로 꼽았던 강원도는 아예 찾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한 민주당은 향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전망이다.

우선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는 총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갈등을 빚으며 당 안팎에선 책임론이 제기된 상태다.

계양을 승리로 한숨을 돌린 이재명 위원장은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하나 그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지방선거 참패로 '이재명 효과'에 빛이 바랜 만큼 친문·86 등 숨죽이던 비이재명계의 거센 도전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대선 패배 책임론 등 그간 눌려있던 온갖 문제들이 터져나올 게 불보듯 뻔한 형국이다. 이미 일각에선 정계개편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등 민주당은 한동안 혼란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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