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재인 모델'로 당권 도전할까..앞길은 험난
기사내용 요약
인천 계양을 승리로 국회 입성…'초선 이재명'
8월 전당대회 출마시 전해철·이인영 등 경쟁
'6개월 당비 권리당원' 선거권…개딸 해당 無
지방선거 패배 책임에 타격…벼르는 친문·86
공천권 쥔 차기 당대표…비명계 반발 불가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다음 행보는 8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이 고문 측 관계자들는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쳐왔지만, 지방선거 패배 책임에 미뤄뒀던 대선 책임론까지 곱절로 추궁이 닥쳐올 상황에서 당권을 장악하지 않으면 차기 도전은 고사하고 정치적 입지마저 송두리채 흔들릴 수밖에 없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11시 35분 현재 인천 계양을 개표율 30.2%를 기록한 가운데 이재명 고문이 56.5%를 득표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43.5%를 따돌리고 당선이 유력한 상태다.
이 고문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는 당권 경쟁자로는 친문 그룹에선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홍영표 의원이 86 그룹에서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물망에 오른다.
전 전 장관은 이 고문과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맞붙었던 친문 핵심 '3철'이고, 홍 의원은 직전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한 끗 차 승부를 겨룬 중진이다. GT(김근태)계보인 이 전 장관도 86 그룹 '잠룡'으로 꼽혀,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 셈이다.
이재명계에서는 우원식 의원 등도 유력 당권주자로 점쳐지나 이 고문이 직접 등판한 이상 교통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전국 순회경선을 거치며,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의 비율로 반영된다. 민주당 당규는 경선일 '6개월 전 입당', '12개월 이내 6회 이상 당비 납부' 조건을 채운 권리당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소한 전당대회 6개월 전 입당해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했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나, 통상 8월 말인 전당대회 시점을 고려하면 대선일인 지난 3월 9일 이후 입당한 '개딸'들은 전당대회 투표권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 경선 당시 권리당원 선거권 기준을 3개월로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고문이 직접 출마할 경우 별다른 장애물은 되지 못하리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국민선거인단 100%로 치러진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고문은 71만9905표(50.29%)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당내 선거에 뛰어들 경우 적수를 찾기 어렵다.
실제 이낙연 전 대표도 21대 총선 승리를 이끈 성과를 업고 지난 2020년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60.77%를 득표하며 김부겸, 박주민 당시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전 부문에서 60%대 전후의 몰표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당권 '고속도로'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이 고문이 대선 패배 직후 조기 복귀하는 정치적 부담까지 안으며 승부수를 걸었지만 '이재명 효과'가 무색하게 지방선거마저 졌다.
오후 11시 35분 기준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중 국민의힘은 서울을 비롯해 대구·경북(TK)와 부산·울산·경남(PK), 충남북, 강원 등 9곳에서 당선이 유력한 상태다. 민주당은 호남과 제주 등 4곳에 그쳤다. 경합지인 인천·대전·세종 역시 국민의힘 후보가 큰 표차로 리드하고 있다. 이 고문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도 판세는 안갯속이나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이대로 판세가 굳어질 경우 국민의힘이 13곳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4곳을 얻는 기록적 참패가 유력한 것이다. 지난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차로 지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다. 이 고문으로선 정치적 자산을 상당부분 까먹게 된 것이다.
여기에 '김포공항 이전' 카드로 논란을 자초한 것도 부담거리다. 예상 밖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 고문이 끝내 승리를 거둔 데는 선거 막판 던진 김포공항 이전 카드가 먹혀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설익은 공약을 던져 자중지란을 초래하는 등 '선당후사'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더욱이 이 고문이 직접 나설 경우 친문과 86 그룹도 전력을 끌어모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는 35.60%를 얻어 홍영표 의원(35.10%)과 불과 0.59%포인트차 신승을 거뒀다. 당시 우원식 의원(29.38%)으로 친문표가 분산된 수혜를 입어 '진땀승'을 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교통정리를 거쳐 당권 경쟁자가 급부상할 경우 이 고문에게도 위협적이다. 이재명계에서 주자를 내는 대신 이 고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고문이 직접 당권 장악에 나선다는 것은 친문·비이재명계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의미다.
새로 선출될 당대표가 별 탈 없이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오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2년 후 전체 의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는 것이다.
이 고문의 '모델' 격인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총선 1년 전인 2015년 2·8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깼다고 반발하는 비노 의원들과 정면충돌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45.30%를 얻어 박지원 당시 의원(41.78%)을 꺾고 당권을 잡았지만 그해 내내 '친노패권주의' 논란이 번지며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고, 결국 안철수 전 대표를 내세운 비노·호남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막지 못했다.
더욱이 거야(巨野)가 쪼개지는 야권발 정계개편은 현 정부여당이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도 120석 '여소야대'로 출발했지만 야권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분산된 덕에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소수야당들과의 공조를 통해 정국을 풀어갈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에게도 '제3지대'에 정국 주도권을 일부 내준다해도 167석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현재보다는 나은 상황인 것이다.
설령 이 고문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민주당의 내분을 수습하지 못한 채 분당으로 치달을 경우 야권분열을 초래해 대여 투쟁동력을 잃게 했다는 책임론이 두고두고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당권 장악 이후가 오히려 진정한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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