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에 강했던 이광재 '선거불패' 마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57·사진)의 선거불패 신화가 마감됐다. 그는 보수 색채가 강한 강원지역에서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한 차례 도지사 선거 등 선출직에 네 번 도전해 모두 승리한 지역정가의 맹주였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됐다.
당초부터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지역에서 54%를 득표하면서 국민의힘 바람이 강하게 몰아친 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3선 재임에 따른 피로도까지 겹치면서 표심의 흐름이 보수진영으로 향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 대선 표심이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져 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윤 대통령이 ‘강원의 외손’임을 강조해온 터여서 민주당 측 부담감은 더 컸다. 게다가 강원도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지역구가 몰려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이던 이 후보를 차출하는 강수까지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0년 도지사 선거 당시 일궈낸 역전승을 또 한번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밤잠까지 줄이며 18개 시·군을 누볐다. 그러나 대선 이후 지속된 국민의힘 바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패 신화를 이어왔던 이 후보마저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김 후보에게 패하면서 민주당의 차기 총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17·18대 총선에서 태백·영월·평창·정선에 출마해 연거푸 금배지를 단 이 후보는 제5회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강원도지사가 됐다. 그러나 2011년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돼 고난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2019년 말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정치권에 복귀해 2020년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하면서 20여년간 이어온 정치 여정을 멈추게 됐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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