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TK서 전국으로..민주당, 호남·제주로 고립
경기지사·충청 지역은 개표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
6·1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 광역자치단체장 수복의 기회로, 더불어민주당에는 대선 패배에 이어 4년 만에 지방권력까지 내준 싸늘한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2일 오전 1시50분 기준 개표 결과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3곳에서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은 광주시장과 전북·전남·제주지사 4곳에서 당선됐다. 3·9 대선 이후 두 달여 만에 실시돼 대선 연장전으로 불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국정안정론을 토대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국정균형론을 주장했지만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조기 등판, 당 쇄신 부족과 혁신을 둘러싼 지도부 내 갈등, 성비위 사건, 입법 강행으로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며 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대로 결과가 확정되면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수는 2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다. 최소 6~7곳 승리를 목표로 잡았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수가 14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수도권·중원…국민의힘 우세
수도권과 중원지역인 충청권 광역단체장 승패는 선거 전체의 성패로 인식된다. 따라서 각 당은 이들 지역에 사활을 걸었다. 수도권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지역인 데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민주당이 경기에서 각각 4~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인천시장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으나 경기지사는 초박빙 승부가 벌어졌다. 서울에서는 최초 4선 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18% 득표율로, 송영길 민주당 후보(41.22%)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로 주목을 받은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전직 시장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52.03%를 얻어 현 시장인 박남춘 민주당 후보(44.49%)를 제치고 당선이 유력하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박 후보가 큰 차이로 유 후보를 이겼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이날 투표 종료 후 발표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서울시장의 경우 오 후보가 58.7%로 송 후보(40.2%)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장은 유 후보가 51.2%, 박 후보가 45.7%를 기록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대 ‘명심’(이재명 위원장의 의중)의 대결로 불리면서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혀온 경기지사 선거는 개표 초반부터 초박빙 접전이 펼쳐졌다.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48.46%,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49.50%를 기록했다. 두 후보는 출구조사에서도 김동연 후보가 48.8%, 김은혜가 후보 49.4%로 불과 0.6%포인트 차이여서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이대로 승부가 끝난다면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3승을 하며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완승을 확정한다. 수도권 2승을 목표로 했던 민주당으로선 참패를 기록하게 된다.
선거 과정 내내 박빙 승부를 벌이며 뜨거운 경주를 펼쳤던 충청지역은 개표 막판까지도 접전을 펼쳤다. 대부분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현 시장인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가 51.19%를 기록해 현 시장인 허태정 민주당 후보(48.80%)를 앞섰다. 세종에서는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52.15%, 이춘희 민주당 후보가 47.84%를 기록했다.
두 곳 모두 출구조사에서 초박빙 승부가 점쳐졌다. 대전에서는 이 후보 50.4%, 허 후보 49.6%였고, 세종에서는 최 후보 50.6%, 이 후보 49.4%를 나타냈다.
■민주당…전국에서 호남·제주로
전국적으로 보면 광역단체장 소속 정당에 따른 지도 색깔이 4년 전과 완전히 반대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경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2곳만 승리했으나 이번에는 수도권을 포함해 17개 광역단체장 중 13곳에서 우세했다. 민주당은 14곳을 차지했던 4년 전과 달리 4곳에서만 우위를 보였다.
2일 오전 1시50분 현재 개표 결과 수도권·충청 격전지를 제외한 지역을 보면 국민의힘은 부산 박형준 후보, 대구 홍준표 후보, 경북 이철우 후보, 경남 박완수 후보, 울산 김두겸 후보, 충북 김영환 후보, 충남 김태흠 후보, 강원 김진태 후보가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들은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민주당은 광주 강기정 후보, 전북 김관영 후보, 전남 김영록 후보, 제주 오영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기고 당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와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두 당은 각각 7(민주당) 대 6(한나라당), 9(새정치민주연합) 대 8(새누리당)로 전국을 양분했다. 2018년에는 민주당이 14곳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지도 색깔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면서 극과 극의 결과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8년과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실시돼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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