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산유량 합의서 러시아 빼나

김혜리 기자 2022. 6. 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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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제외 방안 검토 중"
러 감소분만큼 증산 계획
동맹서 완전 배제는 아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OPEC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일부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 합의에서 러시아의 참여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제재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 등으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 능력이 저하됐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OPEC 및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와 매달 산유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감소했다. 올해 산유량은 약 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가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다른 OPEC 회원국은 산유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OPEC이 합의한 산유량 목표에서 러시아가 빠질 경우 다른 산유국들이 부족분을 그만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석유 가격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조치를 요구해왔다. OPEC은 러시아의 산유량 감소분을 보충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있지만, OPEC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걸프만 OPEC 회원국들은 향후 몇 달 내로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는 2일 열리는 OPEC+ 각료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다. 회의에서는 산유량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이전에 결정된 하루 43만2000배럴 증산 방안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장이 불안해져 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OPEC+는 이런 요구를 거부하고 이전 합의 내용을 유지해왔다.

다만 OPEC은 산유량 합의와 별개로 러시아를 계속 동맹으로 유지할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제재가 끝나 러시아의 산유량이 회복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산유량이 줄었음에도 미국과 사우디를 제외하면 그 어떤 나라보다도 산유량이 많다. 한 OPEC 관계자는 “러시아는 압력단체로서 우리에게 상당한 권력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들은 러시아를 쿼터에서 배제할 경우 OPEC+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향후 감산하기로 뜻을 모아야 할 때 러시아가 쉽게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의 OPEC+ 대표단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석유 수요량 예상치를 낮추라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 수요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될 경우 OPEC의 증산은 더 어려워지게 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사우디를 찾아 OPEC의 러시아를 제외한 증산 가능성에 대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 국영 언론은 라브로프 장관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의 외교장관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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