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멈춰보니..달리 보이는 풍경

김슬기 2022. 6. 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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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화랑 류장복 개인전
꽃·나무·일상 화폭에 담아
`봄비`
류장복(65)은 여행하는 작가였다. 떠나간 곳에서 풍경과 사람을 그렸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강원도 태백시 철암에서 탄광촌을 그렸고, 2010년대에는 한남동의 골목길을 헤맸다. 코로나19로 꼼짝없이 갇히게 되면서 그는 붓을 들고 떠날 곳을 잃었다. 작업실이 있는 일산의 공원으로 사계절 내내 출근했다. 가만히 멈추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무에는 꽃이 피고, 녹음의 색은 계절마다 변했다. 사람을 대신해 나무와 꽃을 그리게 됐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그려온 그의 작업에 변화가 생긴 이유다.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서양화가 류장복의 개인전 '아침'이 6월 12일까지 열린다. 인상파처럼 두터운 붓질로 사생(寫生)을 그려온 그가 주변의 일상을 보며 그린 신작 20여 점이 걸렸다.

25일 작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현재까지 보고 그린 작품들이다. 전염병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생은 육안으로 본 것을 감각한 생생한 표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갇혀서 집 주변의 일상적 풍경을 보게 됐는데 늘 똑같아 보이던 것들이 자세히 보니까 다르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야행성'인 작가에게 아침은 활동 시간이 아니었다. 죽음의 병이 주변을 맴돌자 그에게 아침은 특별한 선물로 다가왔다. 공원을 산책하고, 변화하는 자연을 그리게 됐다. 엽서 크기로 스케치하고 그 생생한 풍경을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캔버스에 한 명씩 숨어 있는 사람과 개 등의 '신스틸러'는 상상하거나 실제보다 과장되게 그려 넣기도 했다.

아침 햇살에 그림자가 흔들리는 꽃병을 그리게 된 것도 매번 다른 아침을 궁리하면서 찾아낸 소재였다. 이번 전시에는 '삼청동, 오후' '한남동, 이른 아침'과 같이 과거의 여행지를 다시 찾은 그림도 여러 점 걸렸다. 작가는 "살아 있음이란 감각과 일상의 생생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인상주의자들의 태도와 관점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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