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인이란 무엇인가?'.. '애프터 양' '파친코'의 코고나다[인터뷰]
데뷔작 '콜럼버스' 이어 가족 이야기
"한국문화, 일시적 유행 넘어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kogonada)의 본명이나 가족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프라이버시를 존중받는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작품으로만 대화하길 원한다”는 이유를 댔다. 활동명은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와 다수의 작업을 함께한 각본가 노다 고고(野田高梧)에서 따왔다. 거기에 스페인어로 ‘무(無)’라는 뜻의 ‘nada’를 합쳤다. 오즈 야스지로의 묘비에 적힌 한 글자도 ‘무’다. 코고나다는 오즈 야스지로의 시간과 공간 활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영화학자이기도 하다.
오즈를 비롯해 수많은 유럽 예술영화 명장들에 대한 비디오 에세이 작업을 해온 그는 <콜럼버스>(2017)로 성공적인 극영화 데뷔를 이뤘다. 공동연출한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로도 호평받았다. 두 번째 극영화 <애프터 양>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선보였으며, 1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코고나다를 이날 화상으로 만났다.
<애프터 양>에서 양(저스틴 H 민)은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중국계 소녀의 오빠 노릇을 하는 안드로이드다. 어느 날 양이 동작을 멈추자 아버지 제이크(콜린 패럴)는 양을 고치기 위해 수리상, 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그 과정에서 양의 과거 기억에 접속해 예상 못한 사실을 알아낸다.
코고나다의 작품들을 관통해온 주제 중 하나는 ‘아시아인의 정체성’ 문제다. <애프터 양>의 원작 소설이 코고나다의 흥미를 끈 것도 이 지점이었다. 양은 중국인으로 설정됐지만 이것은 개발자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코고나다는 “실제 미국 내 아시아인의 입장이 그렇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유기적인 ‘아시안’으로 구성되지만, 미국 내 아시아인은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에 구겨 넣어진다”고 말했다.
<애프터 양>에는 동아시아 여러 문화권의 요소가 고루 녹아 있다. 제이크는 중국식 차를 판매한다. 이들 가족은 중국식 복장을 자주 입는다. 부부가 일본 라멘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장면도 있다. 코고나다는 “미국에서 아시아인은 나라별로 구분되지 않는다. 각 국가의 차이점을 넘어 아시아인으로서의 고민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에는 “아시아인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직접적인 질문도 나오는데, 코고나다는 “답은 나도 모른다”며 웃었다.
<콜럼버스>는 의식불명인 아버지를 둔 한국인 아들, 마약중독에 빠진 어머니를 둔 딸이 서로 교감하는 이야기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고향을 떠난 조선 이민자 가족 이야기다. <애프터 양> 역시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코고나다는 “가족은 소우주 같다”고 답했다. 돌아보면 오즈 야스지로의 수십편 영화 역시 대부분 가족 이야기였다.
“누구나 가족이 있습니다. 영어에서 가족(family)은 익숙하다(familiar)는 단어와 연관됩니다. 가족은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지만, 또한 가족에는 미스터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족 이야기에는 제한이 없고 큰 상상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코고나다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 요즘 한국이 유행이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의 영향력은 순간의 유행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의 경험, 감수성, 고민, 고난, 애도, 기쁨이 전달되고 있다.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소비하는 현상을 넘어, 한국의 목소리, 실존적인 특성이 전달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봉준호, 홍상수, 박찬욱 같은 한국의 명장들을 물론 좋아하며, 최근에는 <나의 아저씨>도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리즈는 매회 큰 사건을 담아낸다. 반면 <나의 아저씨>는 공간과 시간의 여백, 일상의 소소한 순간까지 잘 포착하는 동시에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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