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책은 팬데믹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성도현 2022. 6.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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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의 육체는 집으로 퇴각해 숨고,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것일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책이란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코로나 초기에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예상됐지만 사용 시간이 늘지 않았다"며 "책이 예상을 뒤엎고 꽤 견조하게 읽히는 매체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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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책은 건축물이다' 강연.."육체는 집으로 정신은 책으로 도피"
강연하는 김영하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코로나 때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의 육체는 집으로 퇴각해 숨고,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것일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책이란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22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인 소설가 김영하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도서전에서 "책이라는 매체가 굳건하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살아남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도서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연기·축소됐다가 3년 만에 다시 대규모로 열렸다. 김영하는 코엑스 A홀 책마당에서 '책은 건축물이다'는 주제로 종이책의 가치에 관해 강연했다. 당초 130석이 마련됐지만 수백 명이 주변에 서서 듣는 등 김영하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1년 출판시장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3대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며 "지난 몇 년간 보기 힘든 큰 폭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전체 책 판매량이 18% 늘었다며 "출판계는 호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초기에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예상됐지만 사용 시간이 늘지 않았다"며 "책이 예상을 뒤엎고 꽤 견조하게 읽히는 매체가 됐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김영하,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강연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영하는 "책은 '전염병이 왔으니 이렇게 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우회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내가 행동할 모델을 찾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 사태를 다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인기를 끈 것을 언급하며 "일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역병과 가뭄, 홍수, 무인도 난파 등을 겪고 나면 주인공들은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고 지혜로워졌다는 걸 알게 된다"며 "좋은 이야기는 육체적인 생명과 건강, 재산보다 지혜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하는 코로나 확산 전인 2020년 초 서너 달간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 세계 사망자가 몇 명인지 매일 확인하면서 "세상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는 사관 같은 기분이었다"고도 했다.

책 고르는 관람객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책을 고르고 있다. 2022.6.1 scape@yna.co.kr

그는 "코로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취약성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카페나 식당 등을 조심하기 시작했고 집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집이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기에 책이 집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게 김영하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저자의 말을 가만히 듣는 게 아니라 말을 걸기도 했다"면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저자에게 말을 건넨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책을 읽는 건 혼자서 하는 행위이면서도 저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책을 설계하고 계획서를 넘기면 인쇄소와 제본소를 거쳐 종이책이 나오는 과정을 소개하면서는 "많은 사람이 협업해야 한 권의 책이 우리 손에 도착한다"면서 이런 유기적 절차는 집짓기와도 유사하다고 했다.

다만, 건축물과 달리 책은 정해진 입·출구가 없어 다양하게 드나들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건축물은 특정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만들지만, 책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위해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도서전에서 책을 손에 잡으면 그 느낌을 음미해 보세요. 단단함이 있는데 어떤 문자와 내용, 이야기가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느껴보세요. 책은 몇백 년이 지나서도 살아남잖아요. 좋은 책은 안정감을 줍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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