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우린 폭망했다'..위워크의 타산지석
최근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라는 제목의 흥미진진한 기업 드라마 한 편이 애플TV+를 통해 공개됐다. 한때는 기업가치 470억달러(약 60조원)를 인정받으며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2019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플랫폼 기업 위워크(WeWork)의 창업과 성장, 몰락을 그리고 있다.
'우린 폭망했다'는 겉으론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기업으로 포장됐지만 현실은 그저 탐욕스러운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던 한 스타트업의 추악한 이면을 그리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그려냈다.
위워크는 2010년 애덤 뉴먼이 뉴욕에서 '에그 베이비'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공간을 좀 더 저렴하게 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건축설계사 미겔 매켈비와 '큰 사무실을 빌려서 이를 쪼갠 후 다시 임대하는 사업'을 함께하기로 하고 만든 회사다.
당시 이미 많은 공유 사무실 업체가 있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이스라엘 생활공동체 '키부츠'를 바탕으로 공간과 협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하고 다른 공간은 다른 회사와 함께 이용하도록 해서 서로 부대끼면서 자연스럽게 회사 간 협업을 끌어내도록 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 부동산 임대를 넘어 기업을 위한 거대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을 만든다는 것이다.
위워크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차별화한 비즈니스 모델로 급성장했다. 2012년 1억달러였던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2018년에 47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6년 만에 기업가치를 400배 이상 증대시켰다. 위워크의 급성장 배경에는 무려 2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감행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있었다. 엄청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위워크는 무리할 정도로 공격적 확장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에 상장을 추진하던 위워크는 처음으로 회사 실적이 세세하게 공개되면서 축제는 파국을 맞았다. 위워크의 빠른 팽창에는 막대한 적자라는 함정이 웅크리고 있었다. 상상 이상의 적자가 드러나면서 부동산 재임대라는 위워크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로 말미암아 IPO는 무산됐고,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위워크를 12분 동안 방문하고 천문학적 투자를 감행한 손정의 회장의 신화 같은 이야기도 결국은 스타일 구기는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위워크의 또 다른 문제는 부도덕한 최고경영자(CEO)의 리스크다. 뉴먼은 위워크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천만달러의 대출을 받아 다른 기업에 투자하고, 자신이 브랜드를 소유해서 회사로부터 높은 로열티를 받았다. 신생 스타트업이라는 미명 아래 일주일에 80시간이 넘는 근무로 직원을 혹사하고, 자신이 보유한 차등의결권을 악용해서 회사와 관련 없는 투자를 진행하는 등 투자자를 배신하는 행보를 보였다.
결국 수많은 직원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으며, 창업자인 뉴먼도 이사회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뉴먼은 보유 지분 매각과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제도로 2조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천신만고 끝에 위워크는 지난해 말 SPAC를 통해 상장에 성공했지만 지난 5월 27일 현재 기업가치는 약 6조원으로, 2019년에 비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드라마 도입부(intro)에서는 무참하게 박살 난 유니콘의 뿔이 등장한다.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이 궤도에서 이탈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것을 '블리츠페일링'(Blitzfailing)이라고 한다. 블리츠페일링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갑자기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 2000여개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 늘수록 파산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불어난 몸집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면 속도가 붙어서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뉴먼에게 투자에 앞서 질문을 던진다. “미친 사람과 똑똑한 사람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까.” 뉴먼은 “미친 사람이 이긴다”고 대답한다. 손정의는 그 대답에 흡족해 하며 “더 미쳐라”고 주문하면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약속한다.
창업자의 기행은 기업이 성장할 때는 '좋은 미친 짓'(good crazy)으로 온갖 찬사와 추앙을 받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야말로 '나쁜 미친 짓'(bad crazy)으로 손가락질과 저주를 받으며 추락할 뿐이다.
2021년 미국 미디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자금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폭망한 위워크의 사례는 결핍이 아니라 풍요도 스타트업을 망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으로 한때 성공한 스타트업이 그로 말미암아 오만과 자만에 빠져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블리츠페일링은 양날의 검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 쇄신 목소리"... "국힘, 정국 운영 탄력"
- 승리에도 웃지 못한 이재명… 안철수 “국민의힘에 힘 보태 기뻐”
- [6·1 지방선거]경기-충청 막판까지 피 말리는 격전지 승자는
- 삼성, 국내 최대 용량 25kg 전자동 세탁기 출시
- 국민의힘, 지방선거 압승… '초박빙' 경기지사는 김동연 당선 확실
- [6·1 지방선거]전국교육감 선거…진보·보수 각각 7곳 우세
- [6·1 지방선거]최종 투표율 50.9%… 광주 37.7%로 최저
- [ET시론]천방백계(千方百計), 신정부 중소기업정책에 거는 기대
- 국내 기업 오픈소스 활용률 61.5%…시장가치 7조원
- [과학기술이 미래다]<48>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