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두 달 만에 전면봉쇄 해제..'경제회복·당국불신' 후유증 해소 과제
위험 환자 제외 특별통행증 없이 외출
중국, 경제회복 위해 56조원 쏟을 듯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달 넘게 지속된 중국 상하이시 봉쇄가 1일 해제됐다. 상점은 다시 문을 열었으며 시민들은 일상의 회복을 환영했다. 봉쇄기간 크게 위축된 경제를 되살리고 후유증을 수습하는 것이 당국의 과제로 남았다.
봉쇄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부터 상하이 주택가는 들썩였다. 중국 소셜미디와 언론사에는 이날 저녁부터 시민들이 봉쇄 때문에 설치된 아파트 철문 앞에 모여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카운트다운을 외치던 시민들은 자정이 되자 망치로 철문을 부수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봉쇄가 끝났다”는 환호가 곳곳에서 울려퍼졌고, 도로로 자동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은 곳곳에서 경적을 울렸다. 시민들이 운동과 피크닉을 즐기던 장소인 황푸강변이나 야경으로 유명한 번화가 와이탄은 한밤중 인파로 가득찼다. 기념사진을 찍거나 샴페인을 들고 건배하는 이들도 있었다.
날이 밝자 도로는 출근 차량으로 가득찼다.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태극권을 수련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다시 등장했다. 오전 7시 푸둥강변에 조깅하러 나온 퇴직자 마젠신은 “소음과 교통체증을 포함해 우리가 아는 상하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중국 최대 식물원인 천산식물원과 센트럴파크도 이날 문을 다시 열었다. 상하이 시내 관광명소 40곳의 예약이 가득 찼으며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상하이를 입력한 횟수가 132% 증가했다고 온라인매체 펑파이가 전했다.
상하이시는 1일 0시를 기해 도시봉쇄 해제를 선언했다. 고위험·중위험 환자를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특별통행증 없이 자유롭게 집 밖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학교도 다시 문을 열고 공장, 사무실, 기업 등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버스 등 대중교통은 평소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 3월28일 이후 65일 만이다.
인신 상하이시 부시장은 “더 이상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은 없다”고 밝혔다. 4월 절정 때 2만7000여명까지 치솟은 하루 신규 감염자는 지난달 30일 29명까지 떨어졌다. 중국 공산당 상하이위원회와 시 당국은 성명을 내고 “봉쇄가 감염병 억제에 효과를 봤다”며 “2500만명의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감염병으로 발생한 손실을 최대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봉쇄가 풀렸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공공장소를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72시간 이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영화관과 체육시설 영업제한은 당분간 유지된다. 중3과 고3만 대면수업이 재개됐고, 대부분의 유치원생과 초중고생들이 여름까지 등교하지 않기로 했다. SCMP에 따르면 상점은 75% 정도만 문을 연 상태이다. 쫑밍 상하이 부시장은 “일반 가게와 상업시설들은 단계적으로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만명이 격리 중이며 상하이시와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 철도 등은 당분간 계속 통제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7월 이후 본격적으로 재가동할 전망이다. 왕저 차이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여전히 경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경제수도 봉쇄’는 코로나19가 국가 전체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경제에 미친 타격이 컸다. 상하이 통계국에 따르면 4월 상하이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2188억위안(약 42조원), 소매판매는 670억위안(약 12조원) 감소했다. 경제피해액이 50조원대에 달하는 것이다.
상하이에 등록된 267만개의 기업이 가동을 멈추면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까지 발생했다. 중국에서 부품 생산과 조달이 멈추면서 한국에서도 애플의 맥북이나 현대자동차의 AS 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경제회복에 3000억위안(약56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상하이 봉쇄는 시민들에게 중국식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식료품 대란 등 민생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시민들의 집단 항의가 여러 차례 벌어지는 등 당국을 향한 불만이 크게 고조됐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언제든 봉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샹바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조세핀 마 SCMP 칼럼니스트는 “대규모의 사회적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까지는 낮지만, 최근의 봉쇄는 중국의 중산층과 고학력자들이 정부의 거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최후 20분’에도 즉흥발언한 윤석열 “사후에 ‘계엄 선포문 표지’ 폐기 보고받아”
- 윤석열 측 “대통령직 물러나 아무런 힘도 없어” 영장 기각 주장
- [속보]윤석열 구속심사, 6시간40분 만에 종료···10일 새벽 구속 여부 결정
- [단독]강선우 의원실엔 무슨 일이? 5년간 46번 보좌진 교체···20대 의원실 평균의 3배
- “수박 못 먹겠네” 장마 끝나니 불볕 더위에 여름채소 가격 ‘꿈틀’
- [단독] 이진숙 후보자, 학회장하면서 우수논문발표상 네 차례 ‘셀프 수상’
- 입수 금지 지역에 구명조끼도 없이···‘금강 물놀이 실종’ 4명 모두 심정지 발견
- 전방위 특검 수사에 당황한 국힘, 긴급의총 열고 “조은석 특검에 경고한다”
- [단독] 리박스쿨과 “연관없다”던 단체들, 지난해 공모선 ‘7개 협력단체’ ‘참여 연구원’ 표
- 음주운전에 역주행···측정 거부까지한 충남도의원 ‘집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