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황금종려상'·'남녀 연기상' 등 여성·아시아 돋보여[SS칸결산리포트]

황혜정 2022. 6. 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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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여성’과 ‘아시아’ 영화인의 성과가 돋보였다.

세계 최대·최고 권위의 영화제 ‘제 75회 칸 국제 영화제’가 지난달 28일 폐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정상개최돼 12일간의 장정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폐막식날 발표된 수상작(자)에서 여성과 아시아 영화인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기존 유럽·남성 감독이 만든 작품 위주의 보수적인 심사를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칸의 노력이 엿보였다.

◇‘단편 황금종려상’,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대상’ 등 여성 영화인의 약진

올해 칸 영화제는 경쟁부문 선정에서 여성 후보 수 기록을 깼다.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과 함께 선정된 경쟁부문 21편 중 5편이 여성 감독 작품으로 선정되며 역대 최고 성과를 보였다. ‘성스러운 거미’(Holy Spider), ‘한낮의 별’(Stars At Noon), ‘어머니와 아들’(UN PETIT FRERE), ‘아몽드르 극단’(Les Amandiers), ‘쇼윙 업’(Showing Up) 총 5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경쟁작 중 25%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당초 여성 영화인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경쟁 부문 이외에 비평가 주간, 감독 주간과 같은 다른 부문들에 초청받은 영화들이 점점 더 많은 여성 감독을 초청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 영화감독인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한국영화 최초로 비평가 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또한 칸에서의 변화는 지난해 제 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인 쥘리아 뒤쿠르노가 영화 ‘티탄’(Titane)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첫 여성 수상자는 1993년 영화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감독이다. 29년만에 여성 감독이 최고상을 수상하며 향후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청신호를 밝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한낮의 별’의 클레르 드니 감독(맨 오른쪽). 신화연합뉴스.
올해 제75회 칸에서는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에 ‘한낮의 별’의 클레르 드니가 ‘클로즈’의 루카스 돈트와 공동 수상했다. 클레르 드니는 프랑스 태상 76세의 여성 감독으로 성을 위시한 인간의 욕망, 인종과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폭력 같은 화두를 정적이면서도 날것의 이미지로 다루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도 영화 ‘불’(Avec amour et acharnement)로 은곰상 - 감독상을 수상하며 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감독 중 한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정재 감독이 ‘헌트’로 후보에 오른 황금카메라상은 지나 가멜에게 돌아갔다. 황금카메라상은 칸영화제에 초청된 모든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전설적인 로큰롤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이기도 한 지나 가멜은 영화 ‘워 포니’(WAR PONY)로 공동 감독을 맡은 라일리 키오와 함께 상을 받았다.

그들은 여성 제작자로서 제작비를 끌어오는 것의 힘듦에 대해 언급했다. 지니와 키오 감독은 영국 방송사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두 명의 여성 영화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의 자금을 얻기 위해 힘들게 싸워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종종 있는 문제다. 우리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제작비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목격한다. 이것은 여전히 큰 이슈다”라고 말했다.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단편영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안잉 첸.
단편영화부문 최고상인 단편영화 황금종려상은 ‘물의 속삭임’의 여성 감독 지안잉 첸(陳建英)이 수상했다. 이 부분에 오른 10개의 단편 영화 중 2개가 한국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가을이 여름에게’(원은선 감독), ‘각질’(문수진 감독)). 이밖에도 독립부문 수상에 있어 감독주간 최우수 유럽영화에 주는 상인 유로파 신마 라벨상은 ‘어느 좋은 아침날’의 프랑스 여성 감독 미아 한센 러브(Mia Hansen-Love)에게 돌아갔다.

스페인 유명 여배우이자 이번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 부문 심사위원장인 로시 드 팔마(Rossy de Palma)는 “많은 여성 인재들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깨어나기 때문에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우리 앞에는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영화, 세계 무대서 당당히 주류로 올라서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한국 감독 박찬욱. 신화연합뉴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사 최초로 복수 수상의 쾌거를 거뒀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이정재의 ‘헌트’가 호평을 받았고,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돼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렸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이 칸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황금종려상(‘기생충’),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심사위원상(‘박쥐’), 감독상(‘취화선’, ‘헤어질 결심’), 각본상(‘시’), 남우주연상(송강호), 여우주연상(전도연)까지 전 경쟁부문 7개에서의 수상에 성공하게 됐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한국 배우 송강호. 신화연합뉴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란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신화연합뉴스.
이밖에도 여우주연상에 ‘성스러운 거미‘(Holy Spider)에서 열연한 이란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수상, 이로써 남녀 연기상 모두 아시아 배우가 가져가게 됐다. 단편 황금종려상은 앞서 언급한 ‘물의 속삭임’의 여성 감독 지안잉 첸(陳建英)이 수상하며 중국에 돌아갔고, 황금카메라 특별 언급상은 ‘플랜 75’를 제작한 일본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수상했다.
단편 특별언급상도 네팔 영화인 ‘로리’(아비나쉬 비크람 샤하 감독)가 받았다. 다큐멘터리 최고상은 인도 영화 ‘숨쉬는 모든 것’(샤우낙 센 감독 )이 받았다. 인도는 지난해에 이어 이 부문 2년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인간 존재를 깊이있게 성찰한 장편 영화에 주는 상인 에큐메니컬 상은 한국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돌아갔다.
파키스탄 첫 칸 영화제 입성작 ‘조이랜드’ 출연진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편, 지난해 방글라데시 영화가 사상 최초로 칸에 입성한데 이어, 올해는 파키스탄 영화가 사상 첫 칸에 데뷔했다.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 파키스탄 영화 ‘조이랜드’(사임 사디크 감독)는 이번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과 퀴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파키스탄 첫 미국 아카데미 단편 영화상 수상자인 샤르민 오바이드치노이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조이랜드’는 파키스탄에게 순수한 기쁨이다. 파키스탄의 영화 역사에서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순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내가 2012년 고국으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가져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도 우리 파키스탄 역시 세계 영화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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