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도 들썩' BTS 반 아시안 혐오범죄 연설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연설한 그룹 BTS. 연합뉴스.

“오늘 백악관에 초대돼 중요한 쟁점인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게 돼 영광입니다.”

세계적인 K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다. 미국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시아계 혐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BTS는 이날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고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했다. RM은 “백악관에 초청돼 반아시아 혐오범죄, 아시아인 포용성과 다양성의 중요함을 논의하게 돼 영광”이라고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멤버들은 “AANPHI 커뮤니티와 뜻을 함께 하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 백악관에 왔다” (진),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굉장히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런 일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지민), “저희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다양한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팬 ‘아미’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 (제이홉)라며 감격스러워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연설한 그룹 BTS. 연합뉴스.

멤버들은 차분히 한국어로 약 5분간 차분히 공존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 전 세계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신기하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연결시켜주는 음악이란 건 참으로 훌륭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 (정국),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슈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RM은 “중요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우리가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은 악화했다. 이에 백악관은 아시아계 톱스타인 BTS를 내세워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BTS를 보러 온 기자와 관계자들은 이례적으로 100명이 넘었고 백악관 브리핑룸은 복도까지 꽉 찼다. 백악관 밖에도 BTS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BTS 멤버가 발언을 하는 순간 백악관 온라인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4시간만에 해당 영상 조회수는 180만회를 넘는 등 폭주했다.

백악관 브리핑룸. 워싱턴공동취재단 제공.

BTS가 브리핑 룸을 떠나자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고, 기자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유튜브 동시 접속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디스 위원장은 웃으며 “오늘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내 브리핑 오프닝을 BTS가 해줬다고 얘기해야겠다”고 눙을 쳤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국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엔총회에 나서 미래세대를 위한 연설을 하는가 하면, 인종 차별과 혐오범죄에 항의하는 사회 메시지를 내는 등 선한 영향력을 이어왔다.

BTS는 1일 귀국길에 오른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