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빚더미 실패 딛고 '1인 1로봇' 시대 꿈꾼다"
(지디넷코리아=윤상은 기자)2019년 겨울, 서울 강서구에서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바로 로봇 전문 기업 로보티즈가 만든 '일개미'다. 로보티즈는 로봇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와 로봇 운영체제·AI 기반 전문 솔루션으로 입지를 다진 기업이다. 최근엔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선보이고 서비스 로봇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18년에는 LG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성장 가치와 역량을 인정 받기도 했다.
■ '창업'이 생소했던 시절, 로봇 만들고 싶어 회사 설립
창업자 김병수 대표는 1999년 '1인 1 로봇 시대를 열자'는 꿈을 안고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26살, 지능형 로봇 석사 학위를 받고 산업전문요원으로 3년 일한 뒤였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로봇 만들기를 좋아했다. 일본 마이크로마우스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각종 로봇 대회에서 수상하며 '계속 로봇을 만들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사 취업으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던 때였다. 결국 김 대표는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하인용 부사장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창업'이라는 말이 생소한 시절이어서 저는 이상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로봇이 사람을 얼마나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는지 경험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빚만 20억, 끼니도 걸러...로봇 핵심 부품으로 재도약
하지만 창업의 길은 만만치 않았다. 2001년 창업 2년만에 빚더미에 앉았다. 처음 양산한 로봇 장난감이 모두 불량품이었다. 은행에서는 빌린 양산 자금 상환을 독촉하는 전화통이 빗발쳤다. 2년 동안 번 돈을 모두 잃고 20억원 빚이 생겼다.
"밥 먹을 돈이 없었어요. 직원들 월급도 못 줬고요. 제가 자만했다는 걸 깨달았죠. 해외 로봇 대회에 나가면 다 우승하니까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나봐요. 그때 개발만 잘 한다고 사업을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정확히 알았어요. 기획, 양산, 마케팅, 투자 유치, 다른 기업과의 협력 관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사업이 성장하더라고요."
사업의 본질을 깨달은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로봇다운 로봇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창업 때부터 함께한 하 부사장과 장난감 로봇을 넘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로봇의 쓰임새를 고민했다.
2003년부터는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가 엿보였다. 로봇 전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을 출시한 것.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모터, 감속기 등에 통합적으로 쓰이는 모듈형 구동 장치다.
김 대표는 "당시 일본에 4천만원 정도 규모로 액추에이터를 수출해 회사가 다시 일어설 기반을 다졌다"며 "요즘은 몇 억 규모 판매를 해도 그때만큼 좋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액추에이터는 지금도 로보티즈가 주력하는 제품군이다. 로보티즈의 매출 90% 가까이가 액추에이터에서 나온다.
■ 자율주행 로봇 '집개미', '일개미'로 서비스 로봇 시장 공략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 등 로봇을 구동하는 핵심 부품 기술을 응용해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내 자유주행 로봇 '집개미', 실외 자율주행 로봇 '일개미'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집개미는 서울 헨나 호텔 등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간 이동해 객실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이어 로보티즈는 일개미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2019년 자율주행 로봇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됐다. 올해도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한다. 현재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상 실외 보도·횡단보도를 주행할 수 없다. 로보티즈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배송 로봇을 완성하고도 상용화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 확장을 결정한 계기로 5G 통신과 AI, 빅데이터 등 기술 진화를 들었다. 5G 상용화 전에 서비스 로봇을 테스트하면 통신사에서 연락이 올 정도 데이터가 많이 필요했다. 그만큼 로봇 운용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 비용이 높아 상용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5G가 상용화한 뒤부터는 서비스 로봇을 일상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 처리 비용이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로봇의 지능도 인간의 뇌와 닮은 '딥 러닝'이 나오자 빠르게 발전했다.
김 대표는 올해 실내 자율주행 로봇 집개미의 호텔 공급 속도를 높이는 등 서비스로 로봇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 일개미는 미국에서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개미는 유통업에서 주목받는 '라스트마일(Last mile)'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마지막 배송 단계에 일개미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로봇 사업에는 '1인 1로봇 시대를 열자'는 김 대표의 창업 초기 목표가 녹아 있다. 로봇이 일상에서 인간의 삶과 함께 하면서 함께 공존하고 돕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쓸모 없는 걸 개발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꼭 필요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sangeu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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