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 있는 이에게 던지는 연민..김훈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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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74)이 두 번째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내놨다.
작가의 말에서 김훈은 "죽음의 문턱 앞에 모여 서로 기대면서 두려워하고 또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겨우 썼다"고 돌아봤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를 읽은 뒤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 썼다고 했다.
'저녁 내기 장기'에선 위기에 내몰린 두 남성이 공원에서 만나 저녁 내기를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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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죽음 앞둔 노수녀들과 봉사하는 젊은 신부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김훈(74)이 두 번째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내놨다. 2013년부터 9년간 문학동네 계간지에 발표한 6개 작품과 1개의 미발표작('48GOP')을 묶었다.
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 이후 16년만의 소설집으로, 2020년 장편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내놓은 뒤로는 2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는 이념과 가족, 세월 등에 차츰 깎여나가고 손상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명료한 문체로 묘사한다.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부터 이혼 후 홀로 키운 자식이 강간죄로 수감되는 고통을 안은 중년 여성까지, 비정한 세상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힘겹고 누추한 삶들을 담았다.
표제작인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둔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이야기.
내세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온 성직자들 역시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번민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작가는 2012년 작고한 천주교 사제 양종인 치릴로 신부의 생애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고 했다. 양 신부는 생전에 상장례학교의 교장으로 임종을 앞둔 늙은 수녀들을 배웅하는 일을 했다.
작가의 말에서 김훈은 "죽음의 문턱 앞에 모여 서로 기대면서 두려워하고 또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겨우 썼다"고 돌아봤다.
수록작 '명태와 고래'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한 월남 어부의 이야기다. 북한에선 인민의 배반자이고 남한에선 간첩인 어부의 삶은 이념 경쟁 속에서 무력하게 상처를 입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를 읽은 뒤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 썼다고 했다.
"남쪽과 북쪽의 폭력에 의해 번갈아 짓밟히고 제 땅에서 추방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쓰려고 했다"고 김훈은 말한다.
'저녁 내기 장기'에선 위기에 내몰린 두 남성이 공원에서 만나 저녁 내기를 하는 이야기다.
한 명은 외환위기 때 운영하던 공장이 망해 가족과 헤어졌고, 다른 한 명은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석 달 뒤 쫓겨날 예정이다. 김훈은 "호수공원 장기판에서 나는 해체되는 삶의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의 힘겨운 삶을 냉소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건조하게 묘사하는 그의 문체는 여전하다.
그러나 '나는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작가는 연약한 존재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홀로 서있는 이들에게 응원과 연민의 메시지를 건넨다.
문학동네. 264쪽. 1만5천원.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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