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아트서울, 방문객·매출 역대 최고로 '미술 호황' 이어
행사 내내 입장 대기줄……갤러리들 ‘빨간 딱지’ 환호
올해 7회째 성황 속 마무리해 “조형 예술 정착화 기여”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미술시장 호황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작년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루며 성황리에 마무리해 기쁩니다.”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1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6~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개최한 ‘조형아트서울 2022(PLAS2022)’에 대해서다.
조형작품과 회화 등을 선보이는 미술장터인 조형아트서울은 올해 7회째 열렸다. 국내외 94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VIP 프리뷰가 있었던 개막일을 포함한 4일 동안 관람객 수는 약 4만 700여 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시기에 열린 작년보다 1만여 명 가량 늘어나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작품 판매액도 약 91억 원으로, 작년(약 45억 원)의 배가 넘었다. 신 대표는 “화랑미술제가 개최 장소를 세텍으로 옮기면서 조형아트 서울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올해 첫 아트페어가 됐다”며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가 몰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대표의 말대로 개막일부터 오전 7시에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을 보였다. 첫날 방문객이 9000여 명이었고 매출은 22억 원 정도를 달성했다. 일반 관객들이 들어온 27일부터 29일까지도 행사 시작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개장하자마자 달려온 관객들이 작품을 완판시키는 바람에 일부 갤러리들은 부스에 새 작품을 걸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부분의 갤러리 부스에서 작품 판매를 알리는 빨간 스티커를 볼 수 있었다.
신 대표는 “처음 혹은 두 번째로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가 많았다”라며 “조형아트서울은 메이저 갤러리의 주력 작가들에서 벗어나 중소 갤러리들의 조형 아트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수집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고 자평했다. 손성례 운영위원장(청작화랑 대표)도 “키아프 등의 아트페어에서 소화하지 못한 수요를 조형아트서울이 충족시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올해 아트페어에 참여한 화랑 대표들이 행사가 끝난 후 좋은 결실을 봤다며 저를 껴안고 고마움을 표시해서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개별 화랑 실적을 살펴보면, 반디트라소는 권순익 작가의 100호 작품을 첫날 판매하고 나머지 8점을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아트프로젝트 331은 전인수 작가의 작품 15점을 매진시키며 총 매출을 2억 원 이상 기록했다. 희수갤러리도 리오지, 황윤하, 김그로, 이강 작가의 작품을 솔드아웃 시켰다.
올리비아 박 갤러리는 우국원 작가의 100호 작품과 정직성 작가의 작품 11점을 판매하며 총 매출 5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갤러리는 “내년에도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라는 뜻을 주최 측에 전하며 올해 실적에 특별한 만족감을 표했다. 아트코드 갤러리는 이상수 작가의 조각(7000만 원)을 판매 예약했고, 일본 갤러리인 세이야 파인 아트는 김덕희 작가의 가방 작품 12점을 팔았다.
구구 갤러리는 문희 작가의 조각과 홍하트 작가의 작품을 판매했다. 구자민 구구갤러리 대표는 “요즘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 갤러리의 부스에 걸려 있는 홍형표 작가의 작품 ‘미생예찬’ 시리즈와 ‘인생의 관계성’이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서양화에 우리 전통의 문인화, 서예의 특성을 접목한 ‘입체 회화’인데, 희망을 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화사하고 따스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구 대표는 “홍 작가는 내년에 런던 몰갤러리 전시에 초대를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는 작가”라며 “이렇게 묵직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 수집가들이 눈여겨 봐줄 때 시장이 더 견실해질 것”이라고 했다.
두루아트스페이스는 이번에 송미리내, 유선태, 유희만, 이유진, 전예진, 차명희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유진 작가의 작품들을 첫날 완판시키고, 유선태 작가의 20호 그림을 1440만 원에 팔았다. 유희만 작가의 100호 대작도 판매 예약됐다. 김정숙 두루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아트페어에 나와서 많은 관람객을 만나고 작품을 판매하니 보람이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다만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젊은 수집가들 기호에 시장이 끌려가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수집가들이 지명도가 높거나 유행에 민감한 작가들만 찾지 말고, 꾸준히 자기 세계를 가꿔 온 중견 작가들을 더 주목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올해 1번 부스를 꾸민 2448 문파인아츠의 박미경 대표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박 대표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서 반갑다”라면서도 “지명도가 있는 작가 뿐만 아니라 순수한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유망 작가들이 더 부각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 갤러리는 올해 대가와 중견, 신인을 망라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가국현, 강지만, 김봉수, 미셸 들라크루아, 유선태, 윤병운, 이영섭, 이영지, 이오성, 임승현, 최영욱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박 대표는 “강지만, 이오성 등의 작가는 자기 세계를 뚜렷이 가꿔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추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입체 부문의 매출은 12억 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 대표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는 2023년 아트페어에선 입체 부분을 더욱 강화하여 시장 확장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올해 행사에서 조각작품 시장 전망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열어 미술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국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위한 비평적 이해’를 주제로 김성호 강원 국제트리엔날레 예술감독(미술평론가)과 연작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로 유명한 김성복 성신여대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가 관객들과 소통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 연구소 대표와 권도균 아트스페이스 H 대표는 ‘국제화시대 한국 현대 미술의 발전적 모색과 대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마음을 움직이는 조각-한국 현대 조각사의 장면들’에는 조은정 고려대학교 교수(미술평론가)와 홍지석 단국대학교 연구 교수가 참여했다.
손 운영위원장은 “올해도 개막식에 정운찬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 이동기 코엑스 사장, 윤영달 크라운 해태 회장, 안병익 규장각 대표, 고성희 남서울대학교 교수, 김성복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배상민 국순당 대표 등이 참석해서 행사의 성공을 이끌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임순길 대한루지경기연맹 부회장 등 다수의 협회 리더와 금융권 인사들도 방문해 작품을 꼼꼼히 살폈다. 손 위원장은 “조형아트서울을 후원하는 호반건설 산하의 호반문화재단에 조형작품 리스트를 전달했다”며 “건설 중인 공동주택의 공공조형물 참고 자료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조형아트 서울은 지난 7년 동안 키아프 등의 아트페어에서 볼 수 없는 갤러리들의 작품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라며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서 앞으로도 우리 미술시장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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