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로한 지방선거, 그래도 투표

김지은 기자 2022. 6. 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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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일이 다가왔다. 대전 바닥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선거송도, 신나는 율동으로 눈길을 사로잡던 선거운동원도, 거리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던 후보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유난히도 네거티브 공세가 치열했기 때문일까. 선거 종반전에 다다르자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이번 지방선거엔 "OOO 후보가 싫어서라도 투표할거야"라는 진영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 후보 자질과 정책을 두고 논쟁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비방전이 선거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탓이다.

지방의원 출마자 중에는 신뢰할 만한 업적이나 성과는 없고 전과 기록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능력과 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인데도 말이다. 역량을 갖춘 사람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고 도덕성이 의심되는 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은 정당공천제의 폐단이다. 공천 과정조차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며 후보간 다툼도 많았고 아직까지 그 후유증은 남아있는 듯하다.

특히 대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하는 여당 후보들의 모습을 적잖이 마주친다. 지방권력까지 교체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풀뿌리 기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대통령이 다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발언이 결국 정치적 나태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책공약 제시는 멀리하고 그저 전국 판세를 따라가겠다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충청권의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성별·세대 간 갈등이 깊어져 '투표로 보여줘야겠다'는 이유였는진 몰라도 심판 혹은 견제하겠다는 심리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이어 얼룩진 지방선거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빨갛고 파란지가 아닌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해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모습 자체다. 어느 누구든 좋다. 투표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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