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필리핀에서의 합주공연
필자는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수많은 희생에 대한 기억과 감사의 마음을 늘 갖고 있다. 이러한 마음을 음악 봉사를 통한 사회환원으로 처음 추진할 땐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추억이다. 필자를 포함한 합주단원 18명은 2016년 7월 7일부터 15일까지 1주 동안 필리핀 6.25 참전용사 위문공연 및 세계평화를 위한 봉사 활동을 위해 필리핀 현지에 다녀왔다.
아무르 합주단은 필리핀의 시골 학교와 교회, 농아학교 등 사회복지시설과 시청광장 연주회, 6.25 참전용사 위문공연 등 10개 지역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국 민요와 Naroho March(나로호 행진곡), 추억의 팝송 등 17곡을 선사해 민간외교의 성공적 행사 수행으로 평가받으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민다나오섬 농아학교 건물 준공식 컷팅에 축하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농아 60명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마치 천국 잔치 같았다. 농아학교를 짓는 데 기부를 실천한 분들 중엔 병원 돌보미로 일하며 모은 돈을 기부한 분도 있었다. 이런 분을 필자는 천사로 표현했다.
합주단의 창단 목적은 단원들이 자비로 참여하는 무료 음악 공연으로 나라 사랑 정신을 고취하는 것이었다. 필리핀 공연도 그런 활동의 하나였다. 필자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그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필리핀 참전 용사 위문 공연은 일일찻집을 열어 후원금을 모금하고, 단원들이 개인자비로 내는 '통 큰 결정' 덕분에 2년 만에 성사됐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전쟁 참전기념관엔 백발의 필리핀 남성들이 하나 둘 모였다.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었다. 이들의 가족까지 100여 명이 관객석을 채웠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연인원 7420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60여 년 전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 앞에서 합주단은 '기억과 감사'의 연주를 했다.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 연주로 시작돼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은 큰 박수를 받으며 끝났다. 백발의 용사들은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공연 뒤엔 참전 용사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한국전쟁에 참전해 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새긴 만년필도 선물했다.
필자는 군악대 생활을 하며 연마한 음악적 재능을 평생 사회에 환원하며 사는 것이 품위 있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서 앞으로 세계 곳곳의 참전용사들을 찾아가는 민간 보훈 외교관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우고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연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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