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지자체 선거에 부치는 단상

송길호 2022. 6. 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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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주민자치의 본고장인 영국의 제임스 브라이스(J. Bryce)경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최상의 학교인 동시에 그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제도’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오늘날 지방자치제가 민주주의의 성숙과 지역균형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자치제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면서부터다. 이후 약 30년간의 시행과정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장, 지방행정의 역량 강화와 투명성 제고, 특색있는 지역발전과 주민 생활 개선 등 다양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전 국토의 풍광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 그 어디를 가도 지방자치단체가 가로변에 철철이 조성해 둔 아름다운 꽃들이 방문객들 마음을 따뜻하게 반겨준다. 또 지역의 특색을 알리는 축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주민의 소득 증대와 상호 간의 유대감 증진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지역 브랜드로도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 지방자치가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장 큰 병폐다. 화장터와 쓰레기 소각장 등과 같은 각종 혐오시설 설치에 따른 님비(NIMBY)현상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사드 배치 후보 지역이 언급될 때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표출한 거센 반발 또한 그러하다.

중복· 과잉 투자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해당 지역의 특성과 가치, 경제적 타당성 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단체장의 치적 과시용 투자행위가 다수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불요불급한 국제공항 유치를 위한 지역단체 간 치열한 쟁탈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원낭비가 초래되는 것은 물론이다.

중앙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관계로 인해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이 야기된다는 문제도 심각한 부작용 중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각종 불법 행위가 자행되거나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함께 전 국민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를 한층 더 성숙시키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무엇보다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런 부작용들을 과감히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토호세력과의 유착으로 인한 불법 비리의 문제는 지방자치제의 성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과제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노력도 한층 더 강화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자연환경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어떤 산업을 육성하고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명품 지방 중소도시의 육성을 주문해본다. 이는 인구 5만~20만 명 정도의 도시로, 소득수준뿐 아니라 문화, 의료, 교육시설 면에서도 대도시 수준을 갖춘 쾌적하고 생태 친화적인 생활 정주권 조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명품 지방 도시들이 탄생하게 된다면 농어촌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엔진의 구축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의 의미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 특목고와 문화시설 공간의 우선 유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 의료인력의 지방병원 근무유인 강화 등의 시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제도적 보완장치 이상으로 더 절실하고 중요한 과제가 있다. 다름 아닌 우리 고장의 살림살이는 우리가 직접 맡아서 수행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청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고, 돈이 있다고 해도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없다면 지방자치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도 오늘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우리 고장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일꾼을 선택하는 현명한 투표권 행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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