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불발 된 쥬라기 단일화..'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손정빈 2022. 6. 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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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쥬라기 월드: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6월1일 개봉)은 이른바 '쥬라기 시리즈'를 결산한다. 딱 30년 전인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충격을 안기며 공개된 이후 이 전설을 이어가기 위한 영화가 네 편 더 나왔다.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1997)와 '쥬라기 공원3'(2001), '쥬라기 월드'(2015)와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2018)이다. 그리고나서 이번에 나온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은 '쥬라기 월드' 3부작을 완성하는 영화이자 '쥬라기 공원' 3부작까지 모두 아우르는 할리우드 공룡 영화의 완결판이다.

이 영화는 쥬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라는 점보다는 마지막 영화라는 데 방점을 찍고, 이를 테면 '쥬라기 단일화'를 시도한다. '쥬라기 월드'의 두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물론이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두 주역 알란 그랜트(샘 닐)와 엘리 새틀러(로라 던)까지 등장시키며 이들이 함께 모여 피날레를 장식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와 함께 티렉스 등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온갖 공룡을 등장시키고, '쥬라기 공원' 1편을 오마주한 장면을 이어 붙인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관객에겐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의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다. 이 영화의 모든 게 쥬라기 시리즈 대통합에 맞춰져 있다는 것. 말하자면 우선 순위가 바뀌어 있다. 공룡을 가지고 해야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새 영화를 탄생시키고 그러면서 그 안에 각종 이벤트성 요소도 집어 넣은 게 아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를 한 곳으로 모아 팬 서비스를 한 뒤 이 모든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심산으로 만든 억지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공룡과 인간이 한 데 뒤엉켜 살게 됐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이야기 전개에는 잘 수긍이 가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기술력은 놀랍다.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의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은 수많은 종류의 공룡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한다. 산·바다·사막을 오가고 정글과 설산을 함께 등장시키는 스케일은 할리우드의 자본력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독창성은 대체로 떨어진다. 러닝 타임 내내 어디서 봤던 설정과 촬영 방식 등이 등장하는데, 이마저도 오마주로 보기에는 클리셰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일례로 오웬과 클레어의 액션은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와 유사해 보이고, 알란과 엘리의 액션 시퀀스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생각난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 관객, 쥬라기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관객, 또는 2년 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이 기간 한 번도 극장에 오지 않은 관객에게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시각 효과가 2시30분 내내 이어지고, 이는 분명히 극장의 큰 화면과 어울리니까. 그러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이나 쥬라기 시리즈를 꾸준히 따라온 관객에겐 따분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공룡에 쫓기다가 탈출'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탓이다. 그래놓고 영화 마지막에 노골적으로 공존에 관한 메시지를 내놓는 건 조금 민망한 일이다.

1993년에 나온 '쥬라기 공원' 첫 번째 영화 외에 이 시리즈의 어떤 영화도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이 첫 번째 영화가 워낙에 혁명적인 영화였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설이 됐을 정도로 위대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은 어차피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넘어서는 건 무리라는 듯 물량 공세에 집중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물론 이 거대한 규모만으로도 좋아할 관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쥬라기 공원'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이 작품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라는 건 분명 조금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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