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어딜 가나 개 고양이
매일 운동 삼아 한참을 걸어서 출근 버스를 탄다. 하루도 개와 마주치지 않은 적이 없다. 목줄 달고 걷는 개만 보는 것도 아니다. 유모차가 다가오기에 귀여운 아기인가 하고 들여다봤다가 개가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달려오는데 뒤에 개가 탄 걸 보곤 웃고 말았다. 아내와 산책 나갔다가 송아지만 한 개가 달려들어 기겁한 적도 있다. 그 후 한동안 호신용으로 등산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우리 국민 1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개·고양이 반, 사람 반’이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때 사회 변화를 반영해 조사 항목을 가감하는데, 2020년 조사부터 반려동물 항목을 신설했다. 바뀐 것은 통계 항목만이 아니다. 일부 정치인은 지역구 관리 방식을 애견인에게 맞춘다. 산에서 유권자를 만나면 전에는 가족 이름을 물었는데, 요즘엔 주인 따라온 개 이름을 외운다. 다음에 만났을 때 개 이름을 불러주면 주인이 반색한다. 관광지 호텔과 콘도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객실이 일반 객실보다 먼저 마감된다. 아마존·구글처럼 개, 고양이와 동반 출근을 허용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사고도 함께 는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5년간 개 물림 사고 누계를 발표했다. 1만1000여 건으로, 하루 6건이 넘는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유명 조련사도 얼마 전 개에게 물렸다. 인터넷에서 개에게 물리지 않는 법을 찾아봤다. ‘등을 보이며 도망가지 말라’는 건 알겠는데, ‘맹견이 다가오면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항목에선 어이가 없었다. “뭘 봐!” 하며 시비 거는 깡패 피하는 법과 다른 게 뭔가.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개는 가축이었다. 소, 돼지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많은 사람이 개, 고양이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 많던 보신탕 집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 아이가 1등 했어요’라고 자랑하는데 알고 보니 개 유치원에서 1등 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 근교 산에는 개가 많은지 사람이 많은지 모를 지경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 고양이 다루는 매너는 확립되지 않았다. 맹견에게 입마개 하는 법규를 두고도 ‘모든 개가 해야 한다’는 주장과 ‘맹견 입마개조차 가혹하다’는 반박이 맞선다.
▶반려동물은 키우는 이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어떤 이웃에겐 불편과 공포가 되기도 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개와 함께 타는 것이 누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이웃에겐 폭력일 수 있다. 반려동물 800만마리 시대에 맞는 애견·애묘 예의 확립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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