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뜨악한 대통령 사진 배포
최근 며칠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 사진으로 떠들썩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등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은 퇴근 후 대통령 내외의 단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논란이 인 건 이 사진이 대통령 공보 라인이 아닌 ‘건희사랑’이라는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보니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30일 브리핑에 나섰을 때 기자들 질문이 이 문제에 집중됐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대통령실 직원인지 아니면 외부인인지가 먼저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 청사는 경호처의 허가 없이는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 보안 구역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진은 대통령 부속실 직원이 김 여사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김 여사가 직접 ‘건희사랑’ 운영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사실을 밝히기까지 혼선이 불거졌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사진을 찍어 팬클럽에 전달한 사람이 대통령실 직원이냐’는 물음에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답변에 브리핑장이 술렁였다.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누군가가 대통령 내외가 함께 있는 집무실까지 들어와 사진을 찍고, 이를 팬클럽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은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정 브리핑을 자청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김 여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걸 밝히지 않으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대통령 부인이란 지위는 법에 규정된 공직(公職)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아왔다. ‘선출된 권력자의 아내’로서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영부인’이란 명칭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영부인 담당 제2부속실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후 이를 지켰다. 영부인이 갖는 ‘선출되지 않은 영향력’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부인의 공적 위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대통령 집무실은 공적 공간이다. 여기서 대통령 부부를 찍은 사진이 대통령 부인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전례도 없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일각에선 “대통령 부인의 사생활까지 문제 삼느냐”라고 한다. 하지만 ‘공적’ 사진을 ‘사적’으로 유통하는 대통령 부인 팬클럽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출퇴근이 일반에 공개되는 대통령’ 시대를 연 윤 대통령 내외는 앞으로 새로운 대통령 부부상을 대중에게 보여줄 것이다. 대통령 부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와 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적 공간에서 공적 인물이 찍은 사진을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면 공적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적어도 “대통령 부인 팬클럽이 제2부속실이냐”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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