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문신의 귀여움
나의 몸에는 네 개의 문신이 있다. 작은 레터링 문신에서부터 눈에 잘 띄는 문신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문신에는 삶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과 견지하고 싶은 태도에 대한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문신을 네 개 한 사람으로서 문신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비밀을 공개하려 한다. 사실 문신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요소는 문신을 받는 일이 아니다.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아픔도 대충 견딜 만하다. 문제는 문신을 한 이후에 발생한다.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다.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는 일이다. 바늘로 피부를 뚫고 그 안에 잉크를 주입하고 나면 피부는 곧장 치유를 시작한다. 벌어진 피부를 닫고 새로운 살이 나돋아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문신은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문신을 하고 나면 꼼꼼한 주의 사항이 따라온다. 첫날은 샤워를 해서는 안 되고, 당분간 땀을 흘리는 운동이나 사우나도 안 된다. 피부가 잉크를 머금은 채로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꼬박꼬박 전용 연고를 발라야 한다. 피부를 마른 상태로 두면 상처 위에 생긴 딱지나 각질이 잉크를 달고 뚝 떨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신을 한 사람들은 하루에 몇 번씩 소중히 연고를 바른다. 두껍게 바르면 안 돼서 살살 얇게 펴바른다. 누구나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용 문신이든 호랑이 문신이든 잎사귀 문신이든 십자가 문신이든 상관없다. 게다가 피부에 상처가 나봤다면 알겠지만, 딱지가 지면 간지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절대 긁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주변 피부를 긁거나 살짝 때려가면서 간지러움을 참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크고 작은 문신이 몸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간지러움을 참으면서 연고를 살살 바르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혼자 귀여워하곤 한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무서워 보여도, 그 사람도 집에서는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6월 일사일언은 김겨울씨를 비롯해 방호정 작가, 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염선옥 2022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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