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학자 신부… 과학과 신앙은 공존할 수 있죠”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2. 6.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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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박사 출신 김도현 신부, 이론물리학 전공해 박사 받은 후 신학 공부해 2015년 사제로 서품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예수회에 입회해 사제가 된 김도현 신부. 그가 성경을 비롯한 신앙 서적과 무신론 서적 그리고 자신의 저서를 펼쳐놓고 있다. /김한수 기자

“현대사회엔 과학으로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다는 ‘과학만능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과학만능주의는 신앙을 부정하지요. 이 때문에 흔들리는 신자들도 있고요. 과학과 신앙이 서로 부정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서강대 김도현(49) 교수 신부가 최근 ‘과학과 신앙 사이’(생활성서)를 펴냈다. 김 신부는 카이스트에서 이론물리학으로 학부와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예수회에 입회해 6년간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2015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색 이력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사제가 된 과정을 인터뷰한 동영상은 조회수가 7만건이 넘는다. 최근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과학 시대의 신앙’을 4차에 걸쳐 강의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

서강대 김대건관(館) 김 신부 연구실은 신앙과 과학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입구 왼쪽 책장엔 신앙 서적, 오른쪽 책장엔 과학 서적이 꽂혀 있다. 과학 책장 한 구석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과학만능주의자의 책도 꽂혀있다. 김 신부는 “살아온 50년 중 30년은 하느님을 찾는 과정이었고, 20년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책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는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과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진화론’이다. 김 신부는 “빅뱅과 진화론은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빅뱅과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우연’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 지점에 신앙의 공간이 있다. 무엇보다 과학은 ‘나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 등의 질문에 대답을 주지 못한다. 여전히 신앙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리학 박사인 김도현 교수의 연구실. 책장엔 신앙 서적과 과학 서적이 서로 마주 보며 꽂혀있다. /김한수 기자

김 신부는 “저처럼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은 신앙에 대한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턱’은 의심이다. 그가 의심을 무장 해제하고 ‘하느님은 계시는구나’ 느낀 첫 번째 계기는 1976년 부친이 뇌종양으로 쓰러진 사건. 모두 가망 없다고 했다. 당시 세 살이었던 김 신부도 어머니를 따라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다녔던 기억이 또렷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다행히 부친은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이후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후로도 친구의 자살 등을 겪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던 그는 신앙을 놓지 않았다. 박사 과정 중엔 전공 서적과 신앙 서적을 함께 펴놓고 공부하는 바람에 교수들의 눈총도 받았다. 결국 몇 가지 체험을 통해 사제의 길까지 걷게 됐다. 베이징 원인을 발견한 테야르 드 샤르댕(1881~1955) 신부, 빅뱅 이론의 개념을 제공한 조르주 르메트르(1894~1966) 신부 등 과학과 신앙의 길을 함께 걸은 선배 사제들의 존재도 힘이 됐다.

그는 “현대 과학의 빠른 발전 속도와 과학만능주의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열심히 과학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학만능주의 때문에 신자들이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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