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밀어올리는 자재값.. 로또청약 줄어든다

정순우 기자 2022. 6.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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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재값 상승, 공사비에 반영"

정부가 지난 30일 “건설 자재값 급등으로 인해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재값 인상분을 제때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들은 분양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공사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도 오르는 구조다. 분양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택 공급에는 긍정적이지만, 청약을 기다리던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서울 인기 지역의 경우 현재 시세의 60~70% 수준인 분양가가 70~8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또 청약이라고 불렸던 분양 아파트의 시세 차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청약 수요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주택 공급도 활성화할 수 있는 적정 분양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은 후 그 수준에 맞춰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재값 33% 급등, 몸 사리는 건설사들

31일 한국은행과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원자재 가격 개념인 건설용재료물가지수는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 사이 33.7% 급등했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도 21.1% 올랐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도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지난 2020년 분양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5곳의 평균 공사비는 평(3.3㎡)당 513만원이었는데, 올해 2월과 4월에 각각 입찰 공고를 낸 강남구 개포한신(656만원)과 종로구 사직2구역(769만원)은 평당 600만원이 넘는다. 공사비는 급증하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으니 인기 있는 강남 재건축 공사도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개포한신의 경우 조합에서 건설사에 평당 600만원 넘는 공사비를 제시했는데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자재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보니 다들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 3434가구로 지난해(889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센티브론 한계, 관건은 분양가”

아파트 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30일 민관 합동 회의를 열고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적기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발표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이미 분양이 완료돼 공사 중인 사업장은 건설사가 자재값 상승분을 감당하는 대가로 보증 수수료, 대출 금리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보증 수수료는 1000가구 규모 대단지 기준으로 10억원 정도여서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정부가 주택 공급을 원하는 인기 지역은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을 해주려 하기 때문에 금리 부담도 크지 않다. 땅값이나 공사비 상승에 맞춰 분양가를 현실화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증료나 대출 이자 정도로는 조합이나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인정하고 사업자들이 적정 수준의 이익을 보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분양가 규제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청약 수요자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업은 진행될 수 있는 수준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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