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 해방의 방향
천화판(天花板)은 지붕 밑을 편평하게 해서 치장한 반자를 말한다. 실내에서 보면 천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외모나 능력 등이 최고치임을 인정할 때 최고봉, 혹은 이른바 ‘끝판왕’의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그 앞에 ‘돌파’를 붙이면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한계를 돌파하여 뛰어넘는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최근 “하향돌파천화판(下向突破天花板)”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천장은 가장 높이 있는 것인데 그 천장을 아래로 돌파한다고 했으니 말부터가 모순이다.
이는 인터넷 유행어인 ‘탕핑(平)’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탕핑은 평평하게 눕는다는 뜻인데, 아무런 의욕이나 열정도 없이 축 늘어져 있는 상태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지향을 가리킨다. 어차피 집과 차를 사고 결혼하여 아기 낳으며 소비를 즐기는 삶이 보장되지 않을 바에야, 최소한으로 벌어서 돈 적게 드는 즐거움만 추구하며 속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그 일부는, 일어날 여건이 안 되고 무릎 꿇기도 싫으니 드러누울 뿐이라는 소극적 저항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 야기한 또 하나의 유행어가 ‘네이쥐안(內卷)’이다.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말려들어간다는 말이다. 전체의 규모가 더 이상 확장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의 무의미한 경쟁이 과도해지는 병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생리적으로는 ‘퇴축(退縮, involution)’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굴기(起)’ 즉 우뚝 일어날 것을 강조해온 중국으로서는 국가적 문제라는 진단과 그에 따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돌파의 방향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다 보면 어느 사회에서든 네이쥐안의 병폐와 탕핑의 지향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종영된 <나의 해방일지>가 보여준 해방의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는 평범하지만 너무도 다른 인물들 하나하나가 본인 혹은 환경이 만들어놓은 각기 다른 모양의 굴레로부터, 아닌 것 같으면서 절묘한 방식으로 해방되어가는 과정‘들’이 독특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그 해방의 방향이 위나 앞이 아니라 옆, 뒤, 혹은 아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천장을 아래로 돌파하는 탕핑족도 나름의 해방을 찾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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