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된 시, 그림이 된 텍스트.. KIM25 개인전
김예진 2022. 6. 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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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붓터치 속에 깨알같은 글씨가 숨어있다.
그가 주로 사용한 텍스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랭보의 시 '영원', 올리버의 '파도' 등에서 발췌한 문장들이다.
금산갤러리 측은 "김이오 작가는 다양한 실험 속에 텍스트 미학을 발견했고, 문자와 이미지의 조우에서 생성되는 감정을 탐구해왔다"며 "문학적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화면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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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붓터치 속에 깨알같은 글씨가 숨어있다. 드넓은 바다 위에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의 실체는 물이 아닌 문자들. 때로는 잔잔하게 떠다니고 때로는 거칠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알파벳들의 풍경을 마주하다보면, ‘얼어붙은 내면을 깨부수는 도끼같은 책만을 읽겠다’고 했던 카프카의 다짐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금산갤러리에서 KIM25(김이오) 작가 개인전 ‘필연적 조우: Meet of each other’가 막바지 전시에 한창이다. 회화와 텍스트, 추상과 재현의 조우를 담은 작품 20여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KIM25 작가는 회화와 텍스트가 결합한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다. 추상, 개념미술, 문학, 텍스트를 한 데 조화시켜왔다. 물 표현 연구를 바탕으로 우연적 미학을 선보이는데, 이런 우연적 특성이 철저히 계산된 세밀한 파도 표현에서 비롯된다는 반전이 특징이다. 그가 주로 사용한 텍스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랭보의 시 ‘영원’, 올리버의 ‘파도’ 등에서 발췌한 문장들이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을 파도에 적어 무형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 이후 작업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문학작품 문장을 활용한 시리즈 외에도 최근 작업한 ‘Wave Sorry’(웨이브 쏘리) 시리즈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Wave Sorry’ 시리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성찰을 주제의식으로 삼았는데, 전작들에 비해 파도가 격정적이고 웅장해진 모습이다.
김허경 미술평론가가 이번 전시에 쓴 글에서는 특히 텍스트가 색 표현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부분이 눈에 띈다. 김 평론가는 “김이오는 유동하는 곡선과 내면의 세계, 타자를 연결해 무의식 아래 감추어진 심상의 윤곽을 다듬어 가고 있다”며 “여기서 유동하는 곡선에서 생성되는 문자는 선과 색채라는 두 요소를 분리하지 않고 ‘형태를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나의 움직임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금산갤러리 측은 “김이오 작가는 다양한 실험 속에 텍스트 미학을 발견했고, 문자와 이미지의 조우에서 생성되는 감정을 탐구해왔다”며 “문학적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화면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영향력 있는 아시아계 현대 예술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6월2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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