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의 출발점은 단연코 송강호였다"[스한:현장]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이 영화의 출발점은 송강호 배우가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안고 다정스레 말도 걸다가 결국 팔아 버리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의 첫 시작 및 한국 최고 배우들과 작업한 소감, 촬영 후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공개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3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브로커'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영화는 처음 한국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니다. 원래 출발점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찍고 있을 때인 2013년 정도였다. 다양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입양 제도와 양부모 제도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일본 구마모토 현에 아기 우편함 시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취재를 하다 보니 한국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더라. 그것이 계기가 됐다"며 이어 "조사를 해보니 한국에서는 통계적으로 일본보다 10배 가까운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다는 걸 알게 됐다. 주제와 상관 없이 '영화를 같이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눈 한국 배우들이 있었고 제 머릿속에서 이 주제와 함께 떠올랐던 신이 있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안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데 그런 후에 아기를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선악 혼재된 존재로서의 송강호,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영화의 출발점은 송강호씨였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소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제가 한국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부분에서 배우들도 불안감을 느꼈을텐데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다. 촬영전에는 손편지를 썼고, 현장에서도 밀도 있게 소통하려고 했고 의견을 많이 교환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어 "현장에 들어가서는 송강호 배우가 그날의 편집본을 꼼꼽히 봐주시고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지 피드백을 많이 해줬다. 그런 부분에 신뢰를 가지고 의지를 많이 하게 됐다. 의견 교환과 피드백은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이어갔다. 거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 도움을 받으며 불안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며 송강호의 큰 활약에 대해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또한 한국과 일본의 베이비박스의 취재 과정에 대해 "일본, 한국 모두 기본적으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어머니를 사회에서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입양제도 등 사회적 배경이 있겠지만 일본에서 아이가 맡겨지는 수보다 한국에서 아이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 기관,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있는 쉘터, 아이와 어머니를 둘러 싼 사회 현상에 대해 광범위하게 취재해 나갔다. 그런 취재 과정들이 영화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됐다. 처음 소영이 베이비박스 앞에 아기를 두고 가면 형사 수진이 아기를 안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말로 하게 된다. 그 부정적 생각이 이 영화 속 2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가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 "어제 칸에서 돌아왔는데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 영화 최고의 성과를 받았다. 자랑스럽다"며 "제가 연출했던 영화에서 배우가 상은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저는 삐딱한 성격이라 저에 대한 평가와 칭찬은 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번에 배우가 칭찬 받게 됐기에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언론 관계자들도 영화제에서 평소보다 즐거워 보인다고 하더라. 시상식에서도 이후 파티에서도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싶게 기쁨을 누렸다. 이번에 제가 뭔가 했다라기보다 송강호 배우가 그동안의 이뤄냈던 성과 아닌가 생각 이 든다"며 "'송 배우가 아직 상을 못받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 이창동 감독,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제가 연출 맡은 작품에서 상 받게 돼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 '브로커'를 위한 최고의 기쁜 상이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를 통해 부산의 골목과 언덕, 해변 등을 고르게 담아낸 것에 대해 "제가 부산영화제를 15번 정도 갔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간 영화제다. 영화를 상영하고 무대인사를 하고 맛있는 밥 챙겨 먹고 하느라 이전에는 도시나 거리에 대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이번에 촬영을 준비하면서 많은 도시 다니면서 부산이라는 도시도 보게 됐다. 언덕과 계단들이 인상적이었다. 구시가지와 교회들이 인상적이었기에 이런 풍경을 담고 싶었다. 또 부산의 아름다운 해변가를 담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 두가지 목적을 다 이뤘다"고 답했다.
8일 개봉하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를 양부모들에게 연결시키려는 브로커 상현 역을, 강동원이 베이비 박스가 위치한 시설의 직원이자 상현의 파트너인 동수 역을 연기했다. 이지은(아이유)가 아기를 베이비박스 앞에 버렸다가 아기의 새 부모를 찾아주겠다는 상현과 동수의 여정에 참여하게 되는 소영 역을 연기했다. 배두나와 이주영은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과 이형사 역을 연기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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