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 '관심' 단계 발령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4일 해외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 원숭이 두창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모습. 연합뉴스 제공

방역당국이 해외에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했다. 원숭이두창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개정도 추진된다.

질병관리청은 31일 “해외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 증가에 따른 국내 유입 가능성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이날 오후 2시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관심’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국내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나눠 적용한다. 관심은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 때 발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은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 해당한다.

회의에서는 해외 입국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고위험집단에서 위험도는 ‘중간’, 일반인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됐다. 질병청은 이같은 결정 이유에 대해 “유럽에서 특정 집단 중심 사례가 보고됐고 향후 추가사례가 지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며 “질병 자체 영향력은 낮으나 고위험집단에서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9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에 대해 ‘보통 위험’ 수준으로 평가하는 결과를 공개했다. WHO는 위험평가를 5단계로 발령하는데 2단계는 중간 수준이다. 원숭이두창은 31일까지 31개국 473명의 확진자와 136명의 의심자가 보고됐다.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 풍토병으로 알려졌으나 유럽과 북미 등 풍토병이 아닌 국가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각 나라별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또 지자체와 의료계, 민간전문가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환자감시와 의심사례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발생 사례는 없다”면서도 “이후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확인될 경우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을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법정 감염병으로 두는 고시개정도 추진된다. 고시 개정 이전에는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선제적으로 관리해 의심환자 신고, 역학조사, 치료기관 지정, 격리대응 등 감염병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조기발견과 지역사회 확산차단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야생동물이나 유증상자와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또 발생지역에서 입국할 때 발진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검역관에게 신고하고 귀국 후 3주 이내 발열이나 오한, 수포성 발진 등 의심증상이 나타나도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