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혼선 죄송"..대통령 참모들 진압한 '윤핵관'

김미나 2022. 5. 3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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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가족 비리 감찰 기구인 특별감찰관 임명에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실이 31일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법에 따라 지명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사실상 특별감찰관 구상 철회를 기정사실로 밀어붙이던 대통령실 참모들이 여당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반발에 바로 물러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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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폐지 가능성 언급에
장제원·권성동 "쓸데없는 일" 질책
대통령실 브리핑 반박 이례적 장면
여권 내부 의사결정 난맥상 노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 측근·가족 비리 감찰 기구인 특별감찰관 임명에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실이 31일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법에 따라 지명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사실상 특별감찰관 구상 철회를 기정사실로 밀어붙이던 대통령실 참모들이 여당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반발에 바로 물러선 모양새다. 민감한 정책 결정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고, 앞으로도 대통령실 참모 조직이 ‘윤핵관’들에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폐지를 논의하는 것처럼 비쳐 혼선을 드렸다. 죄송하다”며 “특별감찰관제도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 사정 컨트롤타워 폐지 등 여건이 이전 정권과는 크게 달라졌다”며 특별감찰관제 폐지에 무게를 실었던 것에서 확 달라진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는 이른바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의중은 그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참모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뒤에 이어졌다. 윤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은 지난 30일 밤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국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는데 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결코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또한 각성해야 한다. 참모는 대통령의 의중과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경기 지역 유세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6·1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주당과 협의해서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할 계획”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재고한다는 대통령실 메시지에 대해 “대통령 의중도 아닌 걸 누가 쓸데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여권 내 혼선은 일단 진화됐다. 그러나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참모들을 당에 있는 실세 의원들이 ‘진압’해버리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앞서 ‘책임총리’를 자임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기용하려던 윤종원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장 또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지난 28일 자리를 고사했다. ‘윤핵관’들이 국무총리의 인사권을 무력화한 데 이어, 대통령실 참모들을 쥐고 흔드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철회할 경우 윤 대통령이 ‘약속 파기’와 ‘내로남불’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윤핵관’들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은 “(특별감찰관이) 과거에 제대로 한 게 없다. (검찰·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이 측근 감시를 잘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언론에 설명했기 때문에 나오는 풀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특별감찰관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실과, 지방선거 여론을 생각하는 당 사이의 “기싸움”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기 초반 당과 대통령실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빠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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