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총이 무슨 필요"..'캐나다 내 권총 유통 금지' 트뤼도의 강수
범죄자 총기 면허 박탈 포함
‘C-21’ 법안 통과 땐 가을 시행
헌법상 총기 소유 권리 없어
미국과 달리 강력 규제 가능
캐나다가 국내에서 새로 권총을 사거나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해외 구매까지는 막지 않았지만 국내 반입을 금지시킴으로써 국내 유통 물량을 제한해 총격 사건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사진)는 30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총 국내 유통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 ‘C-21’을 발의한다고 밝혔다고 CBC 등이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 법률이 시행되면 캐나다에서 더는 권총을 사거나 팔거나 이전하거나 수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최근 수십년간 캐나다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과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총기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스포츠나 사냥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캐나다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총이 필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총기 폭력은 복잡한 문제이지만 계산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 사회에 총기가 적을수록 모든 사람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최대 총기 판매국인 이웃 국가 미국으로부터 총기 밀수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총기 범죄를 철저히 조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가정폭력이나 스토킹과 같은 범죄에 연루된 이들의 총기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이에게 총기를 경찰에 넘기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소총 탄창에 들어갈 수 있는 총알을 5발 이하로 제한하고 대용량 탄창의 이전과 매매를 금지하는 규제도 추진된다. 주요 외신들은 집권당인 자유당과 좌파 야당인 신민주당의 의석수를 감안할 때 법안 통과가 유력하며 이르면 올해 가을쯤 법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총기 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2017년 예배자 6명이 숨진 퀘벡 이슬람사원 총기난사 사건, 2018년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토론토 총기난사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뤼도 내각은 특히 2020년 22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기록된 노바스코샤주 총기난사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총기 규제를 추진했다. 그해 AR-15, 루거 미니-14 등 돌격소총 1500종가량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도 확대했다. 올해 말부터는 민간에 유통된 권총 회수와 보상금 지급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잇따른 총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불가능한 미국과 달리 캐나다가 강력한 총기 규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헌법상의 차이다. 개인이 총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명시된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총기 소유를 헌법상 권리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빌 블레어 비상대비 장관은 AP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캐나다에서 총기 소유는 권리가 아닌 특권이다. 캐나다에서 총은 사냥과 스포츠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고안됐다”면서 “이 원칙은 다른 많은 나라 특히 남쪽 친구(미국)와 캐나다를 구분한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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