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서남권 고령자 교통사고 잦은 이유.."보도·차도 구분 약해서"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에 고령자의 보행 중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 밀집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들 지역에서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가 다발하는 이유는 보도·차도의 구분이 불명확하고, 보행로가 좁은 반면 횡단보도는 부족한 탓으로 나타났다.
31일 성균관대 연구진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 ‘국토계획’에 지난 4월 게재한 ‘보행고령자 교통사고의 공간적 군집 형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서울에서 고령자의 보행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은 강북구, 관악구, 금천구 등 동북권과 서남권에 집중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2012~2019년 사이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자의 보행 중 교통사고 다발지역은 1139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반경 200m 내에서 고령 보행자 대상의 교통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지역, 사망사고 발생을 포함해 2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의미한다.
연구진이 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접 지역에서도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핫스폿’으로 꼽은 곳은 모두 65곳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핫스폿에 대해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 발생이 공간적 군집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핫스폿으로 분류된 지역 내에서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가 도로환경적인 원인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접 지역에서도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가 적게 발생하는 지역을 의미하는 콜드스폿은 221곳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자치구별로는 강북·관악·금천구에 핫스폿이 많았고, 콜드스폿은 종로·서대문구 등에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핫스폿이 많은 지역, 즉 고령자의 보행 중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의 특징으로 보도·차도 분리가 명확하지 않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경사도가 높은 점을 꼽았다.
보행로가 좁은 것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앞선 연구들에서도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은 보도·차도 분리, 교통섬의 존재, 충분한 보행 신호시간 등 물리적 안전수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던 지역이다.
연구진은 또 횡단보도가 많을수록 핫스폿이 적었으며 반대로 과속방지턱이 많을수록 핫스폿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과속방지턱의 경우 차량 충격 완화를 위해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보행자 공간을 침범할 확률이 높고, 과속방지턱에 집중함에 따라 주변 상황을 무시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과속방지턱 관리 소홀도 사고를 증가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
연구진은 “보행 고령자 교통사고가 공간적으로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고가 다발하는 특정 장소만이 아닌 인접 지역까지 고려한 정책 수립과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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