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 4년 만에..비자림로 확장 위한 울타리

박미라 기자 2022. 5. 31. 2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9km 구간 왕복 4차선 공사
환경훼손 논란에 중단 반복
도지사 후보 중 1명만 "추진"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온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지난 17일 동물 보호를 위한 울타리 설치 작업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비자림로. 4년 전 삼나무 900여그루가 잘려나간 지점은 잡풀이 무성한 풀밭이 됐다. 공사 재개와 중단이 수차례 반복된 이곳에 최근 다시 중장비가 등장했다. 도로가 확장될 지점 주변으로 격자무늬의 쇠울타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울타리는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고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제주도는 울타리 설치가 마무리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도로 확장을 위한 본 공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4년 전 환경훼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주도는 환경부와 환경저감방안 협의를 완료함에 따라 절차에 따라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반면 환경단체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새 도지사 취임 후 검토를 거쳐 사업의 향방을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2018년 6월 도로 확장을 위해 주변 삼나무 벌채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해당 도로의 확장 공사는 성산, 구좌 등 지역주민의 10년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다. 주민들 역시 “관광객 증가 등으로 해당 구간의 도로 이용량이 늘어 불편이 크고 겨울철 도로 결빙, 불법 주정차 등으로 안전운행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반면 환경단체와 비자림로 확장 반대 시민모임은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데도 차선을 확장하는 불필요한 공사로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반대해왔다. 이들은 “통행량만을 기준으로 도로 확장을 계획하는 구태의연한 정책방향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제주도의 환경보전은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최근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환경저감방안 협의가 끝나 지난 17일부터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는 차도 폭을 당초 22m에서 16.5m로 줄여 삼나무 벌채 규모를 축소하고, 야생동물 보호울타리를 설치하는 안이 제시됐다. 공사 이후 3년간 애기뿔쇠똥구리·두점박이사슴벌레 등과 같은 멸종위기 생물의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지사의 정책 의지는 비자림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모임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도지사 후보에게 비자림로 공사에 대해 질의한 결과 허향진 국민의힘 후보, 부순정 녹색당 후보, 박찬식 무소속 후보는 “새 도정이 들어올 때까지 비자림로 공사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여부는 허향진 후보가 추진 입장을, 부순정·박찬식 후보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야생동물 보호울타리 설치 공사는 장마 등 날씨 상황을 감안할 때 2~3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이후 본공사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언제 할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