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레에다 감독, '브로커'에 담은 위로

정태윤 2022. 5. 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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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정태윤기자] 영화 '브로커' 속 미혼모 소영은, (언뜻) 나쁜 엄마로 보인다.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버리고, 낙태와 유기 중 무엇이 더 죄가 크냐고 따져 묻는다.

그런 소영은 결국, 태어난 모두를 축복하게 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휴머니스트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가족, 아이, 생명, 소외된 사람들 등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며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번에도 고레에다는 역시 고레에다였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했고, 보이지 않는 끈끈한 감정을 그렸다. 유기 사건을 통해 생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보육원 출신 사람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들은 태어난 것 자체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직접적인 대사로 응원해주고 싶었죠." (고레에다 감독)

'브로커'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다.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등이 참석했다. 

'브로커' 팀은 지난 30일,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고레에다는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배우들과 함께 자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태어나지 말아야 될 사람은 없다'는 고레에다 감독의 휴머니즘을 담았다.

시작은 지난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이 작품은 뒤바뀐 아이를 소재로 한다. 빈부의 대척점에 선 두 아빠가,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내 극찬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당시 입양 가족에 관한 자료를 취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아기 우편함'을 발견했다. 한국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한국에는 일본의 10배 정도 되는 아이들이 맡겨지더라"며 "(취재하다보니) 이는 한국과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보편적인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이를 버리면 비판의 화살은 어머니에게만 향한다"며 "본질적인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건지,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첫 신은 송강호가 만들었다. 송강호는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고레에다는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송강호와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 송강호는 선과 악을 모두 지닌 배우"라며 "(송강호가) 아기에게 자상하게 말하다, 아이를 팔아버리는 상상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는 '브로커'로 첫 한국 영화에 도전했다. 물론, 언어 장벽이 높았다. 때문에 촬영 전부터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썼다. 손편지로 배우들에게 마음을 전한 것.

현장에서는 송강호의 도움을 받았다. "배우들과 현장에서 소통과 의견 교환을 많이 했다"며 "특히 송강호가 그날 찍은 편집본을 보며, 뉘앙스 차이를 피드백해줬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첫 리딩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의견을 달라'고 요청해주셨다"고 거들었다. 이어 "최종 결정은 감독님이 다 하신 것"이라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송강호는 브로커 ‘상현’을 연기했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입양시키는 인물이다. 특유의 생활 연기와 능청스러움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에 선입견이 있었다.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끝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로커’는 달랐다”고 평했다.

그는 “첫 장면부터 아기를 보여주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차가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따뜻함을 가장해서 살고 있지는 않나 질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이날 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도 전했다. "사실 그 순간이 생각이 잘 안 난다. 호명되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런던에 있던 봉준호 감독에게 문자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들 극찬해주셔서 쑥스럽네요. 이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습니다." (송강호)

고레에다도 "제가 수상했을 땐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생각해야 해서 기쁨을 누리질 못했다"면서도 "송강호가 상을 받을 땐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소영(이지은 분)이 전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직설적이고 단순하지만 따뜻한 대사다. 소영은 보육원 출신 동수(강동원 분), 해진(임승수 분), 자신이 버린 아기 우성에게 말했다.

고레에다는 "영화를 준비하며 보육원 출신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소영의 입을 빌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썼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는 작품에 직설적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편"이라며 "이번에는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입양아들에게 위로를 전한 것.

고레에다 감독은 마지막으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매 순간 행복했다"며 "부산의 바다와 시가지 등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브로커도 있지만, 이제 다양한 한국영화가 개봉한다. 한국영화의 저력, 다양성, 힘 등을 극장해서 만끽해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브로커’는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사진=정영우 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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