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4세대 보이그룹, 대중성을 향한 고민

홍혜민 2022. 5. 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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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르며 4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바야흐로 4세대 아이돌의 시대다. 이들은 2010년 후반 데뷔 이후 국내외 음악 시장을 무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K팝 아이돌 시장 세대 교체의 본격화를 알렸다.

차별화 된 세계관과 탄탄한 음악성, SNS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쌍방향 소통은 4세대 아이돌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고, 이들은 데뷔 이후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K팝 신드롬의 배턴을 이어 받았다. 실제로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에스파 엔하이픈 아이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많은 4세대 그룹들이 세운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데뷔와 동시에 미국 빌보드 주요 차트 진입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요, 밀리언셀러 역시 거뜬하게 기록하는 그룹도 적지 않다.

성과를 놓고 본다면 이미 4세대 그룹들이 완벽한 K팝 세대 교체를 이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세대 교체를 완전한 성공이라 칭하기 위해선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

4세대 아이돌의 앞에 남은 숙제는 보이그룹의 대중성 확보에 있다. 데뷔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히트곡을 배출하며 인지도를 확보한 걸그룹(일례로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 스테이씨의 '색안경' 등이 있다)에 비해 4세대 보이그룹의 대중적 인지도는 비교적 떨어지는 까닭이다.


4세대 보이그룹, 왜 대중성이 낮을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성이 곡의 퀄리티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데뷔와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적인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춘 덕분에 이전 세대에 비해 4세대 보이그룹(걸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곡의 퀄리티는 한층 향상됐다.

이러한 상황 속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대중성을 가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는 바로 걸그룹과 보이그룹 시장의 근본적인 차이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부터 아이돌 시장에서 걸그룹의 1차적 타깃은 '대중'이었다. 보이그룹의 팬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력이 약하다는 취약점을 극복하고 팀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서는 대중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반면 보이그룹은 대부분 대중보단 팬덤을 1차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이그룹 팬덤의 경우 팬 시장에서 비교적 소구력이 높은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만큼 두텁고 탄탄한 팬덤이 곧 압도적인 수익성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력한 화력을 지닌 팬덤의 확보는 다소 낮은 대중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상황 속 보이그룹이 '팬덤형 아이돌'을 지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K팝의 무대가 점차 전 세계로 확대되며 4세대 보이그룹들은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전략에 더욱 열을 올렸다. 이들이 점차 차별화 된 세계관, 마이너한 콘셉트 등에 집중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수록 보이그룹과 대중성은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세계관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가사와 콘셉트 등이 대중의 유입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된 탓이다. 실제로 스트레이 키즈·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등은 이미 '밀리언셀러'까지 기록한 팀임에도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4세대 보이그룹의 경우 걸그룹에 비해 음원 차트 진입률도 낮은 편이다. 물론 K팝이 하나의 장르화 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감에 따라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음악과 콘셉트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전 세대(일례로 방탄소년단과 빅뱅) 보이그룹들이 대중성과 팬덤을 함께 잡으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4세대 보이그룹의 세대 교체'는 아직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K팝이 단순히 국내 음악 시장 내에 머물던 때와 달리 전 세계로 스펙트럼을 넓힌 가운데, 이같은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들의 행보가 글로벌 K팝 시장의 확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4세대 보이그룹이 대중성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이유는 보다 넓은 의미의 '세대 교체'에 대한 바람 때문이다. 이미 이들의 글로벌 위상은 일정 수준 이상에 올랐다. 이들이 팬덤 공략에 이어 대중성 확보라는 숙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K팝 스펙트럼 확장과 함께 '4세대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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