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는 학생 투표권 가져야" vs "교실, 정치판 될 것"

조희연 2022. 5. 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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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네 번째인 6·1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선거 연령 하향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만 18세 미만 학생에게는 교육감 선거 투표권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 하며 표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데 대해서는 학생들도 의견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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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 논란 재점화
체벌 금지 등 담은 학생인권조례
6·1선거 일부 후보 폐지 공약하자
학생단체 "교육감 자질 없다" 반발
'만18세 → 16세' 법률안 국회 계류
교사들 반대.. 학생 간 찬반 갈려
"학생·교사 갈라쳐 표몰이" 비판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네 번째인 6·1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선거 연령 하향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교실의 정치화’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없어 정책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들의 쟁점 중 하나는 학생인권조례다. 체벌, 두발·복장 규제,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이 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이다.

보수 성향 후보자들이 이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학생인권조례는 존폐 기로에 놓였다. 올해로 제정 10년째를 맞은 서울의 경우, 교육감 후보 6명 중 3명(박선영·조전혁·조영달)이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꺼내 든 것은 ‘교권 추락’ 때문이다.

박선영 후보는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다”며 “교사를 스승이 아닌 서비스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청소년 단체는 “교육감이 되기에도, 교육정책을 다룰 준비도 부족한 후보들”이라며 공약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청소년·교육·인권 단체 연합체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학생인권조례는 ‘등굣길이 무섭고 숨 막히던 학교생활’을 바꿔 놓았다”며 “학생인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평등과 자유를 거부하며 오히려 차별과 폭력을 강화하려는 후보들에게 교육감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만 18세 미만 학생에게는 교육감 선거 투표권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 하며 표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는 “학생들은 교육감 선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선거에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청소년도 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권 연령 하향 같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등 14명은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청소년에게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마저 만 18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학생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청소년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데 대해서는 학생들도 의견이 갈린다.

2020년 서울시의회가 서울 지역 고등학생의 의견을 물었을 때에는 찬성(65.1%)이 반대(34.9%)보다 많았다. 반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대(36.6%)가 찬성(23.3%)을 웃돌았다.

교사들은 반대 입장이 압도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83.8%로 찬성(14.5%)을 압도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을 위하는 교육감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옳지만,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정치판으로 쏠려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좌·우파의 갈등이 심해 정치시민교육에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며 “강압적으로 가르치지 말고, 논쟁적인 사안은 논쟁을 재현시키며, 학생의 정치적 의식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 같은 정치시민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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