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선택한 남자' 송강호, 세밀한 연기, 표정 자체가 서사

고희진 기자 2022. 5. 31. 19: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커> 국내 시사회
송강호 "칸 남우주연상, 감동 야금야금 느끼고파"
고레에다 "송강호의 피드백이 영화 완성에 도움 줘"
영화 <브로커> 시사회가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동원, 이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주영, 송강호. 한수빈 기자

영화 <브로커>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갈렸지만, 배우 송강호는 이 작품으로 한국 남자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한국 배우가 이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탄 것도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이후 15년 만이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브로커>의 국내 시사회와 간담회가 열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이 참석했다.

송강호는 수상 상황에 대해 “호명이 됐을 당시가 지금도 잘 복기는 안된다”면서도 “꿈인가 생시인가 순간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영국 런던에 있던 봉준호 감독, 한국에 있던 김지운 감독이 가장 먼저 문자를 줬다. 이후 너무 많은 과찬을 받고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천천히 이 감동을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송강호의 수상에 대해 “내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배우가 그동안 이뤄낸 성과가 이뤄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을 받았을 때, 송강호가 아직 상을 못 받았었나 생각 들기도 했다”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이 브로커를 위해서는 최고의 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만든 영화다. 베이비박스를 두고 얽힌 이들이 함께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서로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송강호는 아기를 파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혈연 없는 이들이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범죄에 연루된다는 구성 등이 고레에다 감독의 근작이자 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과 닮았다. 다만, 이번 영화는 그의 전작들보다 대사 등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려는 메시지가 다소 집적적으로 전달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CJ ENM 제공



여러 배우가 등장하지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연기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간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송강호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밀한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 상현이 보여주는 극적인 변화가 송강호의 클로즈업 된 얼굴 한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스크린에 잡힌 그의 표정 자체로 서사가 설명이 되는 느낌이 든다.

송강호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연기력과 흥행 파워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1991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중후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초록물고기> 등에서 단역으로 활동하며 업계에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1997년 <넘버3>에서 폭력조직 불사파의 두목 ‘조필’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로 대중의 주목받았다.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했다.

조폭류의 코믹한 역할을 하는 배우로 고착화될 수 있었으나, 2000년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 <반칙왕>을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우아한 세계>, <괴물>, <밀양>, <설국열차>, <택시운전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연기 폭이 넓은 배우임을 각인시켰다. 2019년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올해 <브로커>를 통한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연기파 배우로서 그의 국제적 인지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그간 다양한 영화에서 유명 감독들과 작업해 온 만큼 그가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특히 이번 영화는 감독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송강호는 감독과 한국 영화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초반에 내가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송강호 배우가 그날 그날의 편집본을 꼼꼼히 봐주고 테이크 마다의 차이점을 비교해 피드백을 해줬다. 큰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불안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오는 8일 국내 극장에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29분, 12세 관람가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지난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