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앞 '욕설 시위'에..문 전 대통령 측, 법적 조치 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극우 단체의 집회 시위가 계속되고 있죠. 평산마을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문 전 대통령 측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또 김건희 여사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으로 논란에 휩싸였는데,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짚어봅니다.
[기자]
유튜브에 접속해보니 이렇게 몇 장의 추천 섬네일이 자동으로 뜹니다. 박 마커가 준비한 야심찬 새 코너 < 내꺼인 듯 내꺼 아닌 썸네일 > 시간인데요. '줌 인'이 자체 설계한 마법의 알고리즘에 따라 솎아낸 섬네일들입니다. 오늘(31일)의 인물과 관련된 영상이나 사진들만 알아서 골라주는데요. 먼저 첫 번째 인물과 관련된 섬네일부터 클릭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윤영찬 페이스북 / 어제) : 네 편만 국민이고 네 편 안 들고 너한테 비판하면 싹 다 반지성이냐. 이 양아치 XX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소리치고 있죠. 이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욕하는 대상은 누굴까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윤영찬 페이스북 / 어제) : 문재인 대XX 보인다. 저. 문재인 개XX야. 사과해. 야 이 XX 쓰레기 XX 간첩 XX야. 사과해. 나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극우 유튜버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일부 단체 관계자들이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건데요.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모습입니다. 욕설도 욕설이지만 더 심각한 건 소음인데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저 문재인이가 두발 뻗고 잠 못 들도록,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지하에 계신 혼령들이시여 깨어나소서. 여기서 한 곡 듣고 가겠습니다.]
시위대는 사저 방향으로 볼륨을 높여 노래를 틀기도 하는데요. 장송곡을 틀 때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소음으로 고통 받는 게 문 전 대통령 내외 뿐만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박진혁/평산마을 주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경찰 쪽에서는 소음 기준을 지키고 있다면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주장하던데요.) 그게 좀 교묘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경찰들이 오면 욕을 하다가도 잠시 안 하기도 하고, 또 가고 나면 또 하고. (그러니까 아무튼 하루 종일 지금 소리를 들으면서 사셔야 되는 거잖아요, 주민분들은.) 지금 10일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그러고 있죠.]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평산마을 주민들입니다.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린 탓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박진혁/평산마을 주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머니께서 밤에 환청도 들린다고 그러시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해서 동네 어른들께서 정신과 가서 진료도 받고 진단서도 받아왔어요. 그러니까 정신, 스트레스. 그다음에 그로 인한 이명 현상, 그런 것들 받은 것 같더라고요. 보니까.]
현행 집시법상 소음 기준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경찰도 시위대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문 전 대통령이 미안한 마음에 마을 주민들에게 대신 고개를 숙였다고 하는데요.
[박진혁/평산마을 주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신도 지금 불편하실 건데 다니시기도 힘들고 하실 건데 항상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시끄럽게 된 것에 대해서 항상 미안해하고 죄송하고 그렇게 계시더라고요.]
결국 참다 못한 문 전 대통령 측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마을 주민과 함께 피해 당사자로서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도 SNS를 통해 격한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문다혜/문재인 전 대통령 딸 (트위터 / 어제, 음성대역) : 대체 세상에 어느 자식이 부모님에 대해 욕설하는 걸 버젓이 듣기만 하고 참나. 쌍욕하고 소리 지르고 고성방가와 욕의 수위가 세면 더 좋다고 슈퍼챗을 날린단다. 이들 모두 공범이다.]
다만 SNS 활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겼는데요. 순전히 개인적인 의도라고 선을 그었죠.
하지만 정치적인 의도로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인데요. 먼저 정청래 의원의 섬네일부터 클릭해볼까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집시법 제11조에 보면요. 옥외 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가 다섯 군데 나와 있어요. 다섯 군데가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가 금지되거든요. 그런데 여기다가 여섯 번째로 전직 대통령의 사저도 넣자는 얘기입니다.]
정 의원, 아예 집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이내를 집회·시위 제한 장소에 포함하는 내용인데요. 화살은 가만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향했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위는 지금 법원에서 시위해도 된다고 하는데도 막고 있잖아요. 경찰이 판단하면 되는 일인 것 같은데 그런 판단을 안 하고 있는 거죠.) 의원들도 좀 얘기를 했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이런 거 전직 대통령이 지금 마을에 내려가서 고생을 하시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건 좀 한마디 멘트를 해 주는 것이 어떨까.]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도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할 수 있는 조치를 빨리 하는 게 당신도 사는 길"이라고 쏘아 붙였습니다.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도 지금이 문심을 끌어올 기회라고 본 듯합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섬네일을 한 번 살펴볼까요?
[송영길/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튜브 '송영길TV' / 어제) : 제가 당선돼서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경찰청장 쫓아가서 오늘 한 번 국무회의에서 정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거 해결하십시오'라고 하겠습니다 여러분. 죽어라고 밖에서 촛불 들고 이렇게 떠드는 것보다 송영길이 딱 하나 (국무회의에) 집어넣어 놓으면 바로 스피커 대고 이야기할 거 아닙니까?]
송 후보, 자신이 당선되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시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제가 아는 그 분 이상으로 자신감이 충만한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째 인물과 관련된 섬네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을 안고 있는 사진이 뜨는데요. 그옆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호텔 로비 같은 데서 찍은 건가 싶기도 하죠. 알고 보니 대통령 집무실이었습니다. 김 여사, 지난 27∼28일 연이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당장 민주당은 집무실이 사적인 공간이냐고 반발했습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전임 대통령은 소음에 짓눌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데, 윤 대통령은 공적 공간인 대통령 집무실까지 사적인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국민의힘은 김 여사 방문 날짜가 휴일이었단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의원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한 시간이 아마 휴일이었던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뭐라고 할까요. 가족을 가지고 있는 개인으로 보면 부인에게 예를 들면 집무실이 어떤 곳이다라고 하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저는 조금 있지 않았을까?]
사진을 찍은 장소가 어디였느냐 외에도 논란이 된 건 한 가지 더 있었는데요. 사진의 공개 경로였습니다. 관련 사진은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이 SNS에 올렸는데요. 하지만 보안 구역 내에서 찍힌 사진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느냐를 두고 문제가 제기됐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속실 직원이 김 여사 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보안 규정상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는데요. 청와대에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도 개방하려는 걸까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안이 굉장히 보안 구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럼 팬클럽에 사진을 전달한 건 누굴까요? 대통령실이 직접 넘긴 건 아닐 텐데요.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 집무실에 공식 행사 차 방문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찍힌 스냅샷 정도가 아니라 비서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날 놀러 가서 사진을 찍고 게다가 그걸 개인 팬클럽에 유포하는 것은 공사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팬클럽에 직접 사진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찍은 사진은 반드시 대변인실을 통해서 나가도록 말씀드렸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진을 둘러싼 장외전은 계속됐습니다. 친야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와 '건희사랑'의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 간 설전이 벌어진 건데요. 포문은 김씨가 먼저 열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집무실에 놀러 간 사진은 처음"이라며 "대통령 부인 놀이 적당히 하라"고 비꼰 겁니다. 그러자 강 변호사는 휴일에 방문한 게 무슨 문제냐고 되받아쳤는데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즐겨 쓰는 논리를 가져왔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27일) : 미국의 방식대로 하는 겁니다.]
미국도 그렇게 한다는 건데요.
[강신업/변호사 (음성대역) :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집무실에서 부인과 애정을 한 껏 드러내는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미국에선 백악관이 아니라 팬클럽을 통해 영부인 사진이 공개되는 일은 없을 텐데요. 둘의 공방은 이내 2라운드로 이어졌습니다. 김씨는 강 변호사가 공개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은 집무실이 아니라 관저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반박했는데요.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강 변호사가 SNS에 게재한 오바마 부부 사진의 배경은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소위 오벌 오피스가 아니라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우리로 치면 대통령 관사, Executive residence 건물입니다.]
"미국도 대통령 부인이 사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가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죠. 그러자 강 변호사는 '팩트 체크'로 맞불을 놨습니다. 전직 미국 대통령 내외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내 SNS에 올린 건데요. '팩트 체크'로 시작된 반격은 '내로남불' 공세로 이어졌습니다. 김어준 씨가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일 때는 입을 다물었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강신업/변호사 (음성대역) : 김정숙 여사가 외국에 나가 대통령 앞에 걸어가며 사열을 받는 등 공사 구분 못할 때 이를 지적하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혼자 타고 다닌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 오늘의 인물 2명과 관련된 섬네일들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이야기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 내꺼인 듯 내꺼 아닌 썸네일 > 시간이었는데요. 당사자들은 이 이슈들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겠죠.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두 사람의 마음을 담아 이 말로 대신합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지난 10일) : 저는 이제 해방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자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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