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 사진 공개' 논란이 남긴 것

한겨레 2022. 5. 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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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과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촬영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이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외부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 쪽은 촬영자와 공개 경로에 대해 처음엔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것 같다"고 부인했다가 20분 만에 "김 여사 카메라로 부속실 직원이 찍어줬고, 김 여사가 팬클럽에 보낸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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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SNS를 통해 29일 공개됐다. 페이스북 ‘건희사랑’ 갈무리

지난 27일과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촬영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이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외부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이 해명하는 취지대로 “‘출퇴근’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만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김 여사의 온라인 팬클럽 ‘건희사랑’은 7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3장은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27일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치고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촬영했다. 4장은 토요일인 28일 집무실 내부와 청사 앞 잔디밭에서 찍은 윤 대통령 부부와 반려견 모습이다.

국가 핵심 보안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공개에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윤 대통령 부부가) 개인적으로 주말을 보내는 시간을 담은 사진”이라며 사생활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니 별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장의 사진이 촬영된 27일은 휴일이 아니다. 정상 근무일에 대통령 가족이 공식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집무실에 들어와 사진을 찍은 것이 적절하냐에 많은 이들이 갸웃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대통령실 공식 계선이 아닌 ‘팬클럽’을 통해 공개한 부분이 우려스럽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변인실은 팬카페에 사진이 올라온 사실도 이틀 동안 파악조차 못했다.

대통령실 쪽은 촬영자와 공개 경로에 대해 처음엔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것 같다”고 부인했다가 20분 만에 “김 여사 카메라로 부속실 직원이 찍어줬고, 김 여사가 팬클럽에 보낸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 사진은 대통령실에서 관리하진 않는다”고 했다. 사저나 관저가 아닌 집무실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벌어진 사안의 성격을 무시한 발언이다. 대통령실 전 직원 스마트폰엔 무단 촬영 등을 방지하는 보안 앱을 깔게 강제한 것과 다르다는 지적엔 “대통령 배우자 보안규정은 대통령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규정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팬카페 쪽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관저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내건 것 또한 ‘물타기’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관저와 집무실이 붙어 있는 백악관과 비교할 수 없을뿐더러 이번처럼 사적인 촬영과 유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배우자의 공적 지위에 대해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이 되새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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