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수상 순간 패닉..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어"

김계연 2022. 5. 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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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제 작품으로 상 받아 송구..작품 위해선 최고 기쁜 상"
범죄미화 지적엔 "관객 감상에 맡겨"..'브로커' 국내 언론에 공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받은 송강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송강호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5.3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정진 기자 =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가 31일 오후 시사회를 통해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영화는 알려진 대로 송강호와 강동원·이지은(아이유)·배두나 등 톱스타급 한국 배우들이 총출동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구상한 일종의 유사 가족을 꾸린다.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로 구성된 브로커 듀오는 소영(이지은)이 베이비박스에 갖다버린 아기를 데려다가 팔려고 한다. 그러나 소영이 다음날 아기를 찾으러 오자, 아예 소영과 함께 아기 판매 여정을 떠난다.

승합차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해 동수가 자란 보육원에 들르는가 하면 거래가 불발되자 다음 구매자를 찾아다니며 며칠 밤낮을 함께 지낸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점차, 그리고 당연히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의 근작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관계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마침내 이상에 가까운 공동체를 이룬다는 이야기다.

그의 영화 속 가족은 소통이 부족한 가족에서 배다른 형제, 뒤바뀐 자식 등으로 범위를 넓히다가 2018년작 '어느 가족'에서는 비혈연 관계까지 확장됐다. '브로커' 역시 유사 가족 구성원들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작품이 처음 상영되자 일부 외신은 범죄자를 사랑스럽게 묘사했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상현과 동수는 아기를 팔러 다니는 사이 별다른 내적 갈등을 내비치지 않는다.

영화 '브로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 팔아넘긴 아기가 이제 초등학생이 됐다는 대사로 미뤄 두 사람은 최소 10년 안팎 같은 일을 사무적으로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행한 소영마저 터무니없이 낮은 아기 가격에 분노하고 아기의 상품가치를 높이려고 애쓰는 장면들은 세 사람의 각성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영화에는 고레에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담백함과 서늘함이 줄어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에게 특정한 감정을 요구하는 듯한 장면이 줄줄이 나온다. 동수와 소영 사이에 뜬금없이 끼어든 애정전선은 이야기 전개나 감독의 메시지와 무관한 사족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인간의 본성이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전제 아래, 인간들이 개인의 결핍을 서로 채워주고 생명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고레에다의 작품에 '가족영화' 대신 '공동체영화' 따위의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해 보인다. 혈연관계가 없는 영화 속 인물들이 원하는 건 전형적이고 '정상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라 구성원 간 배려와 교감이기 때문이다.

질문 듣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5.31 jin90@yna.co.kr

고레에다 감독은 시사회에 이어진 간담회에서 "상현은 범죄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기의 생명을 지키려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그 선택 자체가 또 범죄였다는 점에서 모순적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관객의 감상과 생각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소영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레에다 감독은 "보육시설 출신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분들이 줄곧 '내가 정말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살아가고 계셨다"며 "평소에는 직설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일 만한 대사를 잘 쓰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어둠 속에서 그 대사가 울려퍼지도록 장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생명이라는 영화의 화두에 대해 "문화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으로 전달되는 주제"라며 "시설들을 취재하면서 비판의 화살이 줄곧 어머니를 향한다는 걸 느꼈다.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정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깊이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오른쪽)과 배우 송강호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5.31 jin90@yna.co.kr

송강호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순간 패닉이 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상태로 몇 초간 있었다"며 "영국에 계신 봉준호 감독, 한국에 계신 김지운 감독에게서 문자가 제일 먼저 왔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너무 과찬을 받고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의 수상에 대해 "봉준호·이창동·박찬욱 감독 작품에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제가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 조금 송구한 마음도 있다. 한편으로 이 작품을 위해서는 최고로 기쁜 상이 됐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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